행 현감(行縣監)은 다음과 같이 하첩한다. 선무행차소(宣撫行次所)에서 특별히 감결(甘結)이 도착하였으므로 이에 감결을 옮겨 적어 전령을 보내니 보고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도향약장(都鄕約長)과 부향약장(副鄕約長)은 관아가 또한 자세히 알지만, 읍향약장(邑鄕約長)의 경우에는 관아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다 알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의 성명을 이미 감영(監營)에 보고하였으니 그렇다면 지금 갑자기 바꿔 차임할 수는 없는 법이다. 비록 이전까지는 적임자가 아니었더라도 읍향약장을 맡은 이후로 매사에 백배 더 조심하여 선무행차소의 별도 조사[別廉]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되, 이 하첩에 언급한 내용 역시 고을 백성의 일이니, 잘 헤아릴 수 있겠는가?
추신. 두 건의 조목(條目)은 비록 향약 조목 밖의 일이지만, 또한 반드시 엄하게 신칙(申飭)하여 관아가 보낸 차인(差人)에게 잡혀 치죄(治罪)당하는 일이 없도록 함이 마땅할 것. 잘 살펴 시행하도록 이 하첩이 잘 도착하기를 바람.
이 하첩을 읍의 향약장은 준수할 것.
계사년(1893, 고종30) 5월 5일 발(發)
첩(帖) (서압)
추신. 각 읍에서 칭하기를, “읍의 비용은 어렵지 않게 백성들에게서 거둘 수 있습니다.”라고 예전에 보고하였다. 그래서 제사(題辭)를 받은 후에 행하라고 전령을 통해 글을 보낸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논보(論報)하는 읍이 없으니, 이는 필시 사사로이 거두고 있는 것이리라. 올해 들어 사사로이 백성들에게 거둔 것을 읍약장(邑約長)이 일일이 조사해 보고하라. 그리고 모내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으니, 민력(民力)이 농사를 폐하는 데 이른 경우에는 동(洞)에서 장정(壯丁)을 보내고 소를 빌려 주어 힘을 합쳐서 전토(田土)를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지난날 전령을 보낸 일이 있으니 이 또한 읍을 순행하며 살필 것이다. 죄를 지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
본도(本道)의 감영으로부터 향약을 의논해서 시행한다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좋은 일이다. 여러 향당(鄕黨)이 이를 준수해 행하여 그만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갓 법만으로는 저절로 시행될 수 없으니, 반드시 적임자를 얻은 후에 폐단 없이 시행할 수 있다. 향약의 시행은 오직 적임자인 향약장을 얻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니 반드시 노성(老成)하고 덕이 높은 사람을 선택해 공적으로 천거하되, 혹여라도 부잡스러운 사람을 섞어 천거하지 말고, 천거를 행하는 것은 오로지 이단(異端)을 교화하여 양민으로 만드는 것만을 위하여 일으키라. 이 어찌 백성을 교화시켜서 아름다운 풍속을 이루는 한 실마리가 아니겠는가. 부디 이 뜻을 헤아려서 형식적인 말로 보지 말고 진심을 알아 거행하고, 향약장이 누구인지는 공적인 천거를 기다려 보고하라. 이 감결을 고을에 나누어 맡기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계사년 5월 17일에 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