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헌(風憲)과 각 리의 존동(尊洞), 두민(頭民)에게 전령함. 화북(化北)[傳令風憲各里尊洞頭民處化北]
방금 도착한 순영문(巡營門, 감영)의 감결(甘結)의 내용 중에, “최근 비적(匪賊)의 무리가 요사스러운 말로 민심을 선동하여 혹 무리 지어 창궐하거나 혹 몰래 숨어 기회를 엿보면서 법에 어긋나는 짓을 자행해서 거리끼는 것이 없다고 하니, 그 일을 살펴보면 도적의 무리에 불과하고 그 범한 것을 따져 보면 모두 용서할 수 없는 죄에 해당한다. 하물며 이름을 숨기고 글을 내거는 것은 백성들을 두렵게 하여 요동시키려는 계획이니 머릿수를 믿고 날뛰어 감히 막을 자가 없는 것 또한 점차 뻗어 나가 무성해질 우려가 없지 않다. 어찌 맑고 태평한 시대에 이러한 교화가 미치지 못한 무리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묘당(廟堂, 의정부)이 연석(筵席)에서 임금에게 아뢰고 공문을 보내면서, 남김없이 잡아들이되 먼저 베고 나중에 아뢰어 섬멸하기를 도모하라는 뜻으로 모두 삼남(三南)에 통지하였다. 명을 거행함에 있어서 조금도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양호(兩湖,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체포를 엄하게 시행하면 저 무리들이 영읍(嶺邑, 영남)으로 도망쳐 흩어지는 상황이 반드시 올 것이다. 더구나 본읍의 경내에 이러한 무리들이 많이 숨어 있음은 일찍이 익히 들은 것이기에 서로 호응하여 폐단을 일으킬 우려가 또한 없지 않다. 그러니 이 전령이 도착하는 즉시 각 면과 리에 번역하여 신칙(申飭)해서 엄히 단속하고 각별히 탐문하여 만약 적발된 자가 있으면 군교(軍校)와 포졸을 많이 보내어 뒤쫓아 체포하고, 만약 저쪽의 머릿수가 많아 대적할 수 없으면 이웃 읍진(邑鎭)에 알려 관아의 포졸과 마을의 장정과 힘을 합쳐 남김없이 잡아들이기를 기약하되, 우두머리는 즉시 죽여 없애고 따르는 자는 낱낱이 엄하게 가두어야 한다. 만약 혹여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있으면 책임이 응당 돌아갈 뿐더러, 비록 현재 이례(吏隷)와 교례(校隷)에 재임하고 있더라도 수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장하기 어렵지만, 만약 사사로운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숨겨 주는 일이 있으면 단호히 응당 죄를 따져 물을 것이니 십분 유념하라. 거행의 전말을 끊임없이 보고하고 군교·포졸과 마을의 장정을 막론하고 비적의 무리를 잡는 자는 응당 조정에 아뢰어 논상(論賞)할 것이니, 일체 모든 곳에 게시하는 것이 마땅할 일.”이라고 하였다.
이상이 순영문의 감결로서, 한편으로는 군교와 포졸을 파견해 잡아 들이고 한편으로는 진서(眞書, 한문)와 언서(諺書, 한글)로 번역해 베껴서 전령을 보내니, 본면(本面)의 각 리에 비적 무리의 유무를 샅샅이 조사하고 이름을 지목해 책으로 작성해 속히 보고하여 순영문의 감결에 따라 거행하도록 해야 할 일.
추신. 이 전령을 면마다 돌려 보인 후에 거리의 벽에 게시하고 면임(面任)의 도부장(到付狀)에는 먼저 각 동임(洞任)의 답을 보고하고 비적 무리의 성명을 책에 적어 속히 보고할 것.
겸관(兼官) (서압)
순영문 감결의 내용에, “최근 비적의 무리가 요사스러운 말로 인심을 선동하고 무리를 지어 법에 어긋나는 짓을 자행하기에 묘당에서 연품하고 공문을 보내면서, 남김없이 잡아 먼저 베고 나중에 아뢰되 이러한 놈들을 잡아 바치는 자가 있으면 조정에 아뢰어 논상할 것이다.”라고 하시기에 이처럼 전령을 보내니 알아서 거행하라.
추신. 본면의 각 리는 다섯 집을 통(統)으로 만들고 통수(統首) 1명씩을 두되, 만약 동학의 무리들이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있으면 모두 나가 힘을 합하여 결박하고 압송하여 올려보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