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1894년 6월 20일)
번역문을 그대로 옮김
>4월 29일 일본 칠일보(七日報)에 게재된 조선 난리에 관한 기사 번역
일본인들은 조선 내란의 소문을 듣고 매우 놀랐는데 여러 일본 신문사에서 조선의 조정이 우둔하고 나약해[暗弱] 다른 나라가 기웃거릴 기회를 쉽게 줄까 봐 크게 걱정하면서 여러 논설을 써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지금 조선의 나랏일은 일본 사람들이 반드시 수시로 예의주시하면서 다른 나라로 하여금 우리 일본에 앞서 조선 정부를 도와 그 난을 진압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신문사의 논설 가운데 특히 중요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일본 신문의 첩보(捷報)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조선 난당(亂黨)의 뜻이 비록 탐관오리를 제거하는 데에 있다고 하지만 저들의 말을 들어 보면 실은 양왜(洋倭)를 구축하는 데에 마음을 두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장차 고려의 난이 창궐하면 조선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신체상, 재산상 피해를 받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면 조선과 각국의 외교관계 역시 크게 지장을 받을 것으로 걱정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일본과도 큰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일본을 위해 생각하더라도 마땅히 곧바로 조선을 보호해 저들의 자립의 권리를 튼튼히 하고 아울러 저들을 도와 정교(政敎)를 행하여 나랏일이 파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모두 우리 일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자 또한 일본의 이익이기도 하다. 이 신문은 또 말하기를, 이번 내란은 조선의 불행인데 또한 우리나라와 무관하지 않다. 만약 우리 일본의 집정(執政) 대신들이 과연 그 병력으로 이번 난리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조선에 주재하는 일본인들은 지금 보호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조선에서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위엄을 드높일 수 있다. 다만 모든 일이 가능한가 여부는 무엇보다도 중국이 먼저 선수를 쓰지 못하게 하는 데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일본 자유보(自由報)에서 말하기를, 조선 정부는 마땅히 즉시 대책을 마련해 내란을 평정해야 한다. 이번에 난당이 이토록 많고 또한 백성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게 된 까닭은 모두 조선 조정의 여러 대신들이 평소 하는 일이 불합리하여 민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조선의 조정 대신들이 김옥균의 시신을 처리했던 문제는 해당 역도들의 가족을 처리하는 일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매우 잔혹한 것이었다. 조선 조정의 기강이 크게 바뀌지 않고서는 나라가 안정되어도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므로 조선에 난리가 났다고 하여 우리나라가 결코 그 틈을 타 일을 도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조선 조정이 끝내 스스로 고치지 못하여 일본인들 중 조선을 원망하는 자들이 이것을 핑계 삼아 일을 일으켜 분을 풀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하였다.
일본 시사보(時事報)는 논평에 있어서 종래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는데 이번 조선의 난과 관련하여 그 논설 역시 평소와 마찬가지로 솔직하게 말하였다. 요컨대 조선의 난리 상황은 아직 크게 해가 될 정도가 아니지만 걱정스러운 것은 조선 정부의 권세(權勢)가 너무 약하고 또한 고립되어 도움을 얻을 수 없어 욕심 많은 신하들이 비적들과 결탁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고 일단 비적들과 결탁하면 반드시 난리가 들불처럼 일어나 큰 변란을 형성할 것이다. 만약 이번 변고로 새로운 왕조가 세워지면 일본에는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이다. 다만 대세(大勢)를 멀리 내다볼 때 장차 조선의 사태가 위급해지면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 중 반드시 달려가 구해 주는 나라가 있을 것이고 이를 계기로 조선의 내정을 간섭하려고 할 것인데 위와 같은 상황은 일본이 부득불 미리 힘써 막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일본 정부가 반드시 조선 정부를 도와 이번 난을 평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까닭이다. 지금 일본 정부는 많은 군대를 소집하지 않고 조선 정부에 호응해 파견하였다. 중국도 필시 군사로 조선을 구해 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결국 기회를 잃게 되지 않을까? 혹자는 일본 정부가 만약 군대를 조선으로 파견한다면 반드시 먼저 중국에 통보해야 하며, 그렇다면 일본이 즉시 중국에 통보하고 논의해 공동으로 군대를 파견해 조선의 난을 평정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였다. 이 신문에서도 이번 일과 관련하여 결국에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책임을 맡고 굳이 중국과 회동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요컨대 조선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의 숫자가 매우 많아 반드시 군대를 파견하여 보호해야 하지만 위에서 논의한 여러 대책은 또한 조선 난리의 기세가 매우 위급하였을 때에야 실행할 수 있다.
일본 국민보(國民報)도 힘써 말하기를, 일본 정부는 반드시 군대를 조선으로 파견해야 하며 중국과 일본이 체결한 천진조약(天津條約)에는 일본의 조선 파병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고 ‘향후 일본 정부가 위와 같은 사태에 부딪히면 모름지기 먼저 중국에 통보해야 한다’고 하였을 뿐이다. 오늘날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남보다 앞서 조선으로 군대를 파견한다면 장차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동방(東方)의 대국(大局)을 헤아려 확정할 시기가 바로 이때가 아니겠는가 하였다. 이상의 내용은 모두 이 신문에 게재된 것으로 나머지는 시사보(時事報)와 대체로 비슷하였다.
전거 : 『청계중일한관계사료」 제6권, 문서번호 1903, 3318~33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