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05-215
광서 20년(1894) 5월 29일 해시(亥時, 21~23시)
총리아문에 보냄
좀 전에 29일 미시(未時, 13~15시)의 전보를 받았는데, “영국 공사가 조정하고 있는데 말이 모호한 것 같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본이 왕성 공사에게 조회(照會)한 공문이 지금 비로소 초록(抄錄)되었는데, 세 조항은 첫째, 재정을 조사한다, 둘째, 경관(京官) 및 지방관 중에서 쓸모없는 관직을 추려낸다. 셋째, 조선 정부로 하여금 필요한 병비(兵備)를 설치해서 나라를 지키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영사서리가 상술(詳述)한 것과 크게 다른데, 여기서 말한 바의 내정 정리는 영국이 이집트에 대한 것과 비슷합니다. 조선이 진실로 원하지 않으면 중국도 애당초 할 수 없는데, 어찌 갑자기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연일 러시아 공사와 협상해서 다만 함께 논의할 것을 윤허하여 조선으로 하여금 스스로 내정을 정리토록 설득했지만, 미리 조항을 정하는 것은 아직 곤란합니다. 조선의 영토를 점거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 구절에 이르러서는 러시아가 이미 회의할 조항 내에 집어넣기로 인정하였습니다. 영국은 러시아를 가장 꺼려하니 대개 러시아의 말이라고 지적하면 걱정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귀처에서 다시 오코너와 절실하게 말하기를 바라니, 만약 일본이 원래 건의한 세 항목에 따른다면 단연코 협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탁견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이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