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05-107
광서 20년(1894) 5월 18일 진시(辰時, 7~9시)
총리아문에 보냄
왕성 공사가 17일 전보를 보내어 아뢰기를, “일본이 우리에게 세 항목을 요구하며 답변을 구하였는데, 유시를 받들어 그 뜻을 넌지시 보여 주었습니다. 이에 좁은 소견으로 4항의 답변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일본은 조선이 중국의 속방임을 인정한다. 둘째, 중국은 일본과 공동으로 비적을 토벌하는 것을 받아들인다. 셋째, 반란이 평정되면 약정에 따라 철병한다. 넷째, 중국과 일본은 모두 조선의 내정에 간여하지 않고 오직 조선이 스스로 처리하기를 권한다. 이는 속방의 인정으로 공동 토벌을 대체해 은밀히 서로 견제하는 것인데, 그들이 기꺼이 끝내고자 한다면 진실로 좋은 것이지만, 아니라고 해도 또한 거절할 말이 있는 셈입니다. 만약 괜찮으시다면, 총리아문에 전해서 지시를 내려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계속해서 추가로 보낸 병사가 조선에 도착하기를 기다린 뒤에 다시 더불어 말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답변하기를, “어제 총리아문에서 전보로 외무성의 세 항목을 물었는데, 귀처(貴處)에서 아직 분명하게 전보로 보고하지 않고, 겨우 일본 공사 및 영사를 통해 전술(傳述)하였으며, 총리아문과 내(이홍장)가 그 일본인들을 대면하여 답한 것은 바로 전에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한 것과 같다. 지금 받은 전보에서는 대략 바꾸려 하지만, 일본은 조선이 중국의 속방이라는 사실을 을유년 이토와의 회담 이후부터 지금까지 절대로 인정하려 하지 않았으니, 한낱 이야기에 불과할 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의 비적이 장차 평정되려 하는데 실로 많은 병사가 공동으로 토벌할 필요가 없다. 일본은 조선의 인접 국가인데, 조선의 내지에서 군사행동을 한 것은 예전부터 이러한 전례가 없으니, 어찌 우리가 대신 윤허할 수 있겠는가? 다만 조선에 권하여 이후에는 스스로 내치를 정돈하도록 하고, 피차에 모두 간여하지 않는 것이 그래도 정론(正論)이니, 참작하고 헤아려 답하기를 바란다. 러시아 공사가 천진에 와서 양국이 철병하기를 몹시 원하여, 어제 이미 러시아 수도에 700여 글자의 전보를 보내어, 주일 러시아 공사로 하여금 힘써 권하도록 청했는데, 만약 듣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반드시 뒤에 행동에 나설 것이다. 비밀리에 주일 러시아 공사의 의논이 어떠한지 탐지하기 바란다.”라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