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05-099
광서 20년(1894) 5월 17일 오시(午時, 11~13시)
총리아문에 보냄
전에 영국의 오코너 공사가 천진으로 건너와 제(이홍장)가 그와 만나 상의해서 영국에 전보를 보내 일본의 군대 파견을 설득하여 막도록 했는데, 오코너는 그렇게 하겠지만 일본이 듣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어제 영국 영사가 오코너의 공문을 가지고 와서 고하기를, ‘이미 영국 외무부에 전보를 보내 주영 일본 공사에게 본국에 알리도록 했지만 권고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고 하였습니다. 좀 전에 러시아 공사 카시니(Cassini, Arthur Pavlovitch, Count, 喀)가 찾아와 만났는데, 제(이홍장)가 다시 그에게 이전의 사나득인(使那得仁) 회의를 들어 말하기를, ‘피차간에 고려(高麗)의 땅은 침범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번에 일본이 파병한 병사의 수가 너무 많으므로 다른 의도가 있는 듯하니, 러시아는 가장 가까운 인접 국가로서 어찌 냉담하게 좌시할 수 있단 말인가! 속히 외무부에 전보를 보내 주일 러시아 공사에게 이를 전보로 알려서 일본과 우리(중국)가 기한을 약속해서 동시에 철병할 것을 절실하게 권하여 후환을 없애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카시니는 이를 깊이 공감하며 말하기를, ‘금일 내에 전보를 보낼 것인데, 외무부 또한 이 의견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고 하였습니다. 평소 일본이 영국을 꺼리지만 러시아를 더욱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이번에 협공하게 되면 혹은 쉽게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의 풍설에 의하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장차 군대를 보낼 것이고, 영국 군함이 거문도를 순찰할 것이라 합니다. 카시니와 웨버(韋貝)의 말투를 보면 실로 군대를 보낼 뜻은 없습니다. 오코너가 말하기를, ‘각국이 모두 군함을 파견하는데, 영국 또한 추가로 파견해서 상인을 보호하려는 것 외에 아직 다른 뜻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