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05-078
광서 20년(1894) 5월 15일 묘시(卯時, 5~7시)
총리아문에 보냄
왕성 공사가 14일 전보를 보내어 아뢰기를, “일본의 뜻은 군대를 조선에 남겨 협박해서 선후책을 논의하는 데 있습니다. 힘써 쟁론(爭論)하니 이토가 비로소 받아들여 약정대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는 크게 어긋났습니다. 어제 외무대신 무쓰 무네미쓰가 (이토의 결정은) 개인적인 정리(情理)에 따른 것이라며 반박했는데, 그 의도는 협의의 번복에 있었습니다. 다시 쟁론을 해서야 확정되었는데 여전히 말하기를, 반드시 확실히 탐지해서 비적이 모두 평정되는 것을 조건으로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13일의 전보를 받들어 곧 가서 고하고 그 정황을 정탐해 보니, 곧 말하기를, 오오토리로부터 아직 전보가 오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조사해 보니, 일본은 자못 우리가 급히 철병하고자 하는 것을 가지고 멋대로 모략함이 더욱 왕성해지고, 그 배치는 마치 대적(大敵)을 준비하는 듯했습니다. 마땅히 두터이 병력을 모아 은밀히 그 모략하는 바를 깨부수어야 할 듯합니다. 잔당들이 전부 평정되기를 기다려 다시 더불어 철병을 상의한다면 통제가 가능할 것입니다. 총리아문에 이를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제(이홍장)가 번갈아 조선의 공문과 원세개의 보고에 근거해 보면 비적은 곧 평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과 상의하여 약정에 따라 철병해서 일본의 협박을 피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원세개에게 비밀리에 협상해서 각각 철병하고 병사를 남겨서 진압에 대비토록 하였습니다. 일본인의 성격은 흔들리고 불안정하니, 만약 우리가 다시 병사를 추가해 넉넉하게 집합시키면 일본인의 교활한 모략을 열게 하는 것이 될 뿐입니다. 의심 때문에 반드시 싸우게 되는 것은 특히 모략을 깨부수는 상책이 아닙니다. 현재 다시 비적의 종적을 확실하게 탐지해서 참작하여 처리하도록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