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05-076
광서 20년(1894) 5월 14일 술시(戌時, 19~21시)
총리아문에 보냄
좀 전에 일본 영사가 와서 무쓰 무네미쯔의 전보를 전해 주었는데, 대략 다음의 세 조항입니다. 하나, 왜군과 우리(중국) 군대가 함께 모여서 조선의 비적을 토벌하기로 한다. 하나, 양국에서 관원을 파견하여 조선 정부 및 세무(稅務)를 정리하고 개혁한다. 하나, 양국에서 문무 관원을 파견하여 조선 군대를 가르쳐서 스스로 반란을 진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미 상의해서 왕성 공사가 지시를 청해 왔습니다. 저(이홍장)는 곧 왕성에게 전보를 보내어, 조선의 반란이 이미 평정되어 우리 군대가 진군하여 토벌할 필요가 없고, 왜군은 더욱이 함께 모여 토벌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을유년에 이토와 제가 약정하기를, 반란이 평정되면 철병하기로 하였습니다. 또 일본과 조선의 조약에서 조선의 자주와 더욱이 내정에 간섭할 권리가 없음을 인정했고, 모두 조약 외에 따로 처리 방법을 상의하기 어려우니 간명하게 회답할 것을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원세개가 전보를 보내어 아뢰기를, “바로 오오토리와 상의해서 왜군 가운데 이미 한성에 도착한 1,000명에서 3/4을 철수시키고, 250명을 남겨서 인천에 주둔시키며, 중국은 4/5를 철수시키고 400명을 남겨 인천 부근 지역으로 옮겨 주둔시키는데, 모두 비적이 소탕되기를 기다려 완전히 철병하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오오토리는 아직 일본 조정의 철군 명령을 받지 못하였으니, 답변의 전보를 기다려 이에 확정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일본 조정의 뜻이 매우 교활하고 방자하니, 조선 정부가 비록 어리석고 약하다 하나, 어찌 일본이 능히 다시 바꾸어 시험할 수 있습니까? 통탄스러운 일입니다. 이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