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보수 집강소의 사절과 협약
과연 그 다음 날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에 예전에 이·호장을 지낸 연로한 공형 다섯 사람이 와서 대장소 앞에 일자로 땅에 엎드려 석고하였다. 여러 사람이 학초가 있는 도소에 와서 말하길 “모사장이 어제 하신 말씀이 참으로 용하기 그지없습니다.” 하고 예천에서 다섯 사람이 와서 석고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며 “저 일이 어찌 될까.” 물었다.
학초가 말하길 “그 속에 길흉 간 일이 있으니 대장소 처분을 듣고 오라.” 하였다. (사람들을 다시 보내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와서 말하기를 “대장소에서 무수히 꾸중하고, 척후라고 하면서 쫓아내었습니다.” 하였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학초는 (급히 사람을 시켜) “그 사람들 가는 길을 쫓아가서 데려오라. 예천 집강소가 화호(和好)하고 각자 귀가하는 수가 이 속에 있다.” 하였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즐겨 하여 그 사람을 데려왔다. 학초가 연접하여 주효로 대접하면서 말하길 “어찌하여 노인이 왔는지 소원을 말하시오.” 하니, 그 다섯 중 한 노인이 말을 꺼내었다.
“도중(道中)과 예천읍이 아무 흠(欠)이 없는데, 도중에서 (우리를) 친다 하니 하도 억울하여 무사 보전하기를 바라서 왔습니다.”
학초가 말하길 “당연한 말이오. 도인과 예천읍과는 조금도 관계도 없는데 우리를 잡으려고 집강소를 설시하고, 군웅을 연습한다 하니 그 소문을 듣고 도중이 이같이 도회한 것이오. 양쪽이 각각 말하면 집강소는 우리 잡을 계책이 성시여의라, 아무 관계가 없고 근래에 와서 관리들이 불법으로 학민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 마음으로 말하면 그도 학민하는 관리가 따로 있고, 도인으로 말하여도 다수인 중에 불법으로 학민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니, 피차 좋은 수가 있다면 피차간 무사한 것이 좋지 않겠소.” 하니, 그 노인(老吏)이 대답하기를 “과연 당연하오니 그럴 도리 듣기를 바랍니다.” 하였다.
학초는 말하길 “관청이 다시 학민하지 않으면 도중에서 문제 삼을 일 없고, 학민 못하게 집강소가 일제히 우리 도인에 입도하여 아무쪼록 도인이 보통같이 무사하게 학민을 못하게 하고 지내면 될 것이라. 도중 죄인은 당장 도중에서 잡아 예천 집강소로 보낼 것이니 법으로 다스려 도인과 평민 모두 옥석을 확실하게 구분하여 안심하게 한 뒤, 집강소와 도인 도회에서 각자 귀가하여 각안 기업하게 하는 것이 어떠할꼬?” 하였다.
그 노인 다섯이 한꺼번에 절을 하며 “과연 적당한 분부올시다만 그같이 행하기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양쪽에 각기 서로 의심할 것이니 어느 편이 먼저 어찌할 것인지 듣기 바라나이다.” 하였다.
학초는 말하되 “너희 집강이 우리 도인을 의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 도중이 먼저 믿음을 보일 것이니 뜻이 어떠하냐?” 하니, 그 노인이 말하길 “듣기를 바랍니다.” 하였다.
학초가 말하길 “우리 관동포 둘째 상접 접장이 너희 군수를 보러 갈 터이니 서로 마주 대해 말을 나누어 집강은 혁파하여 도인에 입도하고, 그 뒤에 도회 중에서 안동과 예천 양군에서 유명한 죄인 둘이 있으니, 법가의 죄인으로 법에서 보고자 한 지 오래된 사람이다. 도회에서는 그 두 사람을 잡아 결박하여 보낼 것이니 우리 장수 접장이 노인 진중의 군수를 보고 앉아 그 사이에 할 일이라. 이렇게 하는데도 어찌 의심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하였다.
노인이 말하되 “정말 그리하면 백만 인민의 행복이오. 집강이 입도하고 혁파하는 일은 소인들이 돌아가서 되도록 하오리다. 도회 진중의 처분을 하회 바라나이다.” 하였다.
학초가 말하길 “그렇다. 그 다음 일은 우리 장수 접장이 들어갈 때 상의하여 해결하라.” 하였다.
그 노인은 수없이 재배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