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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학초전 박학초실기
일러두기

예천 우음동 신태성

이때 예천군 우음동 신태성(申泰成)이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 부친 신경조가 전 승지 신태관의 가까운 친척이었다. 신태관이 상현 찰방으로 갔을 때 책방으로 따라갔다 온 후로 신태관이 급제하여 옥당으로 승차한 것을 세력으로 믿고 인민에게 돈이나 재산을 토색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책방댁’이라 불렀다. 막중한 공금이라도 3〜4년씩 안 주니 관청의 명리가 출장을 와서 (독촉)을 하면 하인을 불러 (명리의) 상투를 잡아 마당에 뺑뺑이 시키고, 한 놈은 장작 가지로 발꿈치를 팍팍 때려 쫓아 보내던 사람이었다. 그 아들 신태성은 강하고 부드러움을 시속에 맞게 하여 사람을 부리는 기술이 조금 낫다 할 정도이었으며, 친구인 박학초의 지휘에 의하여 생계도 조금 나아진 터에 이런 일이 있었다.
 이때에 용궁군(龍宮郡) 암천동(岩川洞)에 동학 도인이 다수 집회를 열어 신태성을 잡아다가 군중들이 둘러보는 당하에 꿇리고 엄숙하게 호령하며, 방금 결박한 등에 한 짐 되는 돌을 지게 하였다. 그 가족이 급한 통기로 구원을 청하거늘, 박학초가 수삼 인의 기찰을 대동하고 급한 걸음으로 달려갔다.
 이때가 8월 초여서 사방의 들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추수할 만한 때였다. 가는 도중에 무덕무덕 모여 앉은 사람이 모두 하는 말이 “신태성의 신세라. 오전에 잡혀갔으니 벌써 낭패를 당하였을 걸.” 하고 혹은 말하되 “병신이야 되겠지만 당장에 돈은 없을 터, 의용접 직곡 접주가 알고 보면 신씨 일문이 평안할 터, 그 하나야 관계없을 듯…” (하다가) 일어서며 “참 여기에 온다.” 하면서 거리거리 환영하였다.
 암천(岩川)을 들어서니 인산인해 중에 당 위에서 호령하는 소리가 마치 맹호를 쫓는 형상이었다. 직곡접 기찰의 거동 보소. 한편으로 들어가며 둘이 마주 돌을 들고 들어오는 자의 따귀를 탁 치며,
 “이게 무슨 모양이오?” 하며 당상에 올라서서 직곡 접장 통자를 한다. 학초가 일변 들어서서 신태성의 결박을 풀고 의관을 찾아 씌고는 왼손으로 신태성을 부축하여 당상에 같이 올라가 좌석에 편히 앉혔다. 좌중에 인사말을 마치고는 “오늘 이 모임과 이 광경이 어떤 도인의 주장이시오?” 하니 좌중이 묵묵이었다.
 학초가 큰 소리로 말하길 “동학 본의(本意)인 도기장존 사불입(道氣長存 邪不入)과 광제창생(廣濟蒼生, 널리 백성을 구함)을 위한 포덕천하(布德天下)를 전혀 모르고 많은 무리가 모여 출몰하는 행동으로 다소 애통한 원한을 갚으려 한다면 도인 대우를 할 수 없습니다. (만일) 도의 세력이 없다면 어찌하여 이 사람을 이같이 박절히 대우를 할 수 있겠오? 차후에 이같이 다시 하면 도 가운데 난적(亂賊)으로 이름을 제거하고 관정에 고발하리니, 광대한 천지에 어디에 가서 용납이 되겠소? 사과를 하고 새로 좋게 지내겠다고 인사를 다시 하시오. 이 말하는 사람 안면을 보아서 잘못을 뉘우치고 좋은 얼굴로 대하시오.” 하고 신태성을 먼저 인사를 시켜 허리를 굽히게 하였다. 좌중이 모두 일제히 함께 인사를 하였다.
 학초도 하하 웃으며 기찰을 명령하여 파회(罷會)를 고하고 신태성의 손을 잡아 돌아오니 언감히 항거할 자 다시없었다. 각각 신태성 앞에 사과 인사를 하는데, (엉겹결에) 스스로 굽힌 줄 모르고 굽혀 인사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 서로 돌아가며 요절할 듯 웃었다.

주석
책방 책방:벼슬아치가 부임할 때 같이 따라가서 비서 일을 맡아 하는 사람.
도기장존 사불입(道氣長存 邪不入) 도기장존 사불입(道氣長存 邪不入):도를 닦는 기상이 오래되면 감히 간사한 일이 들어오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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