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원수 김순철 집안과의 해원
김순철이라 하는 사람은 강독(强毒)하기로 유명하였다. 학초의 선대로부터 3대에 걸쳐 원수지간으로 만나 보지 않던 사람이었다. 1876년(병자년) 산에 적설이 쌓인 엄동설한의 섣달 그믐날, 인적이 없는 길에서 학초와 불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학초는) 우연한 생각에 대대로 내려오는 원수지간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소능장(以少凌長)은 적과의 사이에도 없을 듯하여 공손히 절을 하고 서 있으니 한동안 김순철은 말없이 서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 학초에게 물었다.
“일개 초립동인 네 나이가 몇 살이냐?”
“13세로소이다.”
김순철이 허허 탄식하며 말하기를 “내가 너의 집과 3대째 대대로 원수지간이다. 오늘 이후 너를 보아 스스로 사죄하고 화해하겠다. 만일 내가 생전에 너희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찾아서 스스로 화해를 아니하면 나의 자손이 후일에 너의 손에 씨가 없어지리로다. 13세 너의 도량이 오늘날 나와의 생각지 못한 상봉에 이같이 하는 것이 앞으로 장성하면 초한풍진에 항백(項伯)을 찾던 장자방과 오왕 전상(殿上)에서 동작대시(銅雀臺詩)를 외우던 제갈량의 기상이다. 나의 자손이 하감으로 비할 수도 없고 부모가 된 자로 원수를 아들에 전하고 손자에 전하지 못할 경우를 깨닫는다.” 하고 그 후에 집을 찾아와서 진실한 마음으로 화해함으로써 3대째 대대로 원수지간이던 것이 한 번 인사로 맺은 것을 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