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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학초전 박학초실기
일러두기

조부의 평생 교훈

고종 8년인 1871년(신미년)은 학초 나이 여덟 살이 되는 해였다. 조부의 춘추는 61세이었다. (학초에게는) 당숙 두 분이 계셨는데 사람됨이 바른 마음은 없고 방탕하여 가정의 일은 늘 “훗날 하지.” 하고 청산에 흘러가는 구름처럼 매사를 관심 없이 대하였다. 황금 같은 세월을 유수(流水)같이 보내면서 술 잘 먹고 노름하며, 곰방대 피워 물고 뒷짐 지고 동네 가운데 횡행하며, 여인을 보면 웃고 남자를 대해서는 시비 걸며, 부랑(浮浪)은 장을 치고 부모의 말은 전혀 듣지 아니하였다.
 조부께서 항상 걱정을 하시는데 집안이 불화하고 분란이 무상하였기 때문에 조부의 곁에서 보고 듣는 바를 심중에 헤아렸다. 조부가 하시는 말씀이 “사람의 자식 된 자, 서른 전에는 담배 피우지 말고, 마흔 전에는 술을 먹지 말기를 한평생 동안 노름을 않는 자라야 세상에 경륜을 성취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느니라.” 하였다.
 이 같은 말씀을 귀담아 듣고 작심하여 일평생 이 세 가지를 금하며 지냈다. 그 당숙 두 분은 과연 인생의 말년이 되어서는 자신을 망쳤을 뿐 아니라 내내 자손까지 세상에 말할 수 없는 한심한 위인이 되었다. 악한 일 하는 사람을 보거든 경계하여 나는 하지 말고, 착한 사람이 하는 일을 보거든 주의해서 본을 보는 것이 8살 아동이 스스로 한 작심(作心)이었다.
 서른 전에 담배 피우는 행위로 말하면 무단히 남에게 방탕하고 가증스럽게 보이고, 범어만사(凡語萬事)와 같은 수많은 일에 한번 움직이고 한번 가만히 있고 하듯이 공연히 앉아 잠시라도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무슨 사업을 하기 바라겠는가? 담배가 어찌 주린 배를 채우며 추운 옷을 대신할까? 소소한 사환(私患)만 생겨 가족까지 분주하고, 남들에게 방탕함만 보이며 간혹 불시에 화재도 있을 것이다.
 마흔 전 술로 말하면 술이 술을 더 먹게 하고 방탕한 행동과 말씨가 재화를 불러들이며 일 없는 원수가 자신의 장래를 막는다. 티끌 모아 태산 격으로 알뜰히 하여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부모처자와 모범적으로 할 만한 사업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남전북답(南田北畓)도 한잔 술에 날아가고, 고루거각(高樓巨閣)도 한잔 술에 날아간다. 조부나 부친이 내려 주신 가정 유훈의 훌륭한 가르침이 뜬구름같이 될 수 있다. 결국 말년에는 광대천지(廣大天地) 간에 일신이 의탁할 곳 없고, 적적한 산속에 달빛이 맑게 비침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마흔 후로 말하여도, 남아가 출세하여 사업도 하며 노인이 되고 자식도 있고 손자도 있어, 집에서 낳은 자손으로 집에 우(憂)도 되고 친구들과 모인 자리나 사회활동의 열석에 참여하는 것과 미녀 가객이 노래를 부르며 전주할 때, 석양에 봄과 가을로 보내는 것은 당시 장부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때에 자칫 순백주에 빠지면 가히 졸장부로 꼴불견이라고 할 것이라.
 담배는 사람 접대에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나, 도박 잡기로 말하면 노소 할 것 없이 정든 친구가 적국(賊國)의 선봉이 되고, 감언이설(甘言利說)이 갑자기 죽는 비상(砒礵)과 같다. 돈을 모으는 데 욕심을 내어 다소를 막론하고 일신의 명예가 원근에 손상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세업은 풍파에 돛을 단 격이 되고 말 것이며, 애지중지하는 처자와도 이별을 불러올 수 있다. 주변의 신용(信用)은 명맥이 끊어지게 되고, 십 년의 공업(功業)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된다. 분벽사창(粉壁紗窓)은 타인의 소유가 되고 능라금의(綾羅錦衣)는 (고사하고) 해진 옷도 귀하게 될 것이다.
 하물며 없는 재산 얻기를 믿지 마라. 양소실대(養小失大)하여 심장을 변해 놓고 악수영접 반겨 하던 향화촌주(香花村酒)의 술 파는 여인에게도 어제의 호걸이 오늘에는 원수가 되니, 재물 녹이는 주막이요, 사람 망하는 도고(都庫)이다. 공연히 남의 재물을 백주대낮에 마주 앉아 빼앗지 못하면 원망하고 얻으면 능사로 알 것이다. 죽는 근본이 만연하니 가족에는 패망자요, 경찰에는 도적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작정해야 할 것이라.

주석
조부 조부:족보에 의하면, 조부는 65세손 이진(履鎭) 경오(庚午, 1810년) 7월 15일생 계미(癸未, 1883년) 12월 22일 졸이다.
횡행 횡행(橫行):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다.
재화 재화:재화(災禍)의 뜻으로 보인다.
분벽사창(粉壁紗窓) 분벽사창(粉壁紗窓):회분을 바른 벽과 비단으로 장식한 창문 즉, 대궐 같은 호화로운 저택을 가리킴.
양소실대(養小失大) 양소실대(養小失大):적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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