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연락처
기념재단
TEL. 063-530-9400
박물관
TEL. 063-530-9405
기념관
TEL. 063-530-9451
Fax.
063-538-2893
E-mail.
1894@1894.or.kr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사료 아카이브 로고

SITEMAP 전체메뉴

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영력[永曆, 명의 연호] 250년 병신[丙申, 1896년]년 봄 1월에 문하생(門下生) 아무개는 삼가 목욕재계하고 소박한 제수(祭需)를 갖추어 돌아가신 성재(省齋)선생의 영전(靈前)에 제사를 드리며 제문으로 아룁니다.

아! 신주[神州, 중국] 대륙이 잠긴 뒤에 하늘과 땅의 정기(正氣)가 동쪽으로 왔고, 공자 이후에 2,000년 동안 하나의 맥을 전하여 바닷가의 기자(箕子)를 책봉(冊封)한 나라에 의탁하였습니다. 그래서 문장(文章)과 도덕이 명(明)나라가 일어날 때에 떼 지어 일어났으나 조선의 말기에 이르러 화서[華西, 李恒老의 호]선생 한 분이 정도(正道)가 없어진 뒤에 일어나서 위정척사(衛正斥邪)로 당세를 지탱하였는데, 그 공이 맹자(孟子)와 주자(朱子)에 짝할만합니다. 선생은 화서 문하의 수제자로 그 전체(全體)와 대용(大用)을 거론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條理)가 치밀하여 남김이 없었습니다. 이어서 담파(潭巴)를 계승하고, 낙건[洛建, 程顥・程頤 형제와 朱熹]에서 근원을 탐구했으며 수사[洙泗, 孔子가 살던 魯나라의 땅]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방에서 배우려는 자들이 그 문하에 달려왔고 칭송하는 소리가 넘쳐났으며 마음으로 기뻐하고 진실로 승복하였습니다. 유림(儒林)의 종장(宗匠)으로 추대했으니 그 적통(嫡統)을 전수받은 것을 반드시 사양하지 못할 것입니다. 인심(人心)・도심(道心)・이기(理氣)・물칙(物則)과 같은 경우는 성인(聖人)의 유지(遺旨)를 깊이 터득하였고, 선현이 드러내지 못한 점을 밝혀낸 것도 많았습니다. 소자(小子)가 좋지 않은 때에 나서 일찍이 아버지의 훈계를 잊어버리고 떠돌아다니다가 배울 때를 놓쳤으나, 늦은 나이에 하늘의 영령과 친구의 도움에 힘입어 선생을 가정서사(柯亭書社)에서 뵙게 되었는데, 선생께서 배움을 놓친 것을 애석하게 여기고 책을 지고 온 것을 가련하게 여기며 제자의 대열에 넣어 주어 사람이 되는 까닭과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금수(禽獸)가 되는 것을 모면하고 오늘날까지 보전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모두 은혜를 입은 것이어서 끝이 없을 지경입니다. 지난해에 편지를 하여 말씀하시기를, “사학(邪學)이 날로 극성스러워서 마치 불이 들을 태우는 듯하다. 도성(都城)이 가장 심하고 8도(八道)가 마찬가지인데, 어찌 네 고향뿐이겠는가? 큰 둑이 한 번 무너지면 분명히 이런 효상(爻象), 모습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눈으로 보게 되니 더욱 놀라움과 분노를 견딜 수가 없어 바로 칼로 죽고 싶을 뿐이다”라고 하였는데, 어찌 하겠습니까? 이 말이 마침내 영원한 이별이 되었습니다. 가정(柯亭)을 일단 떠나서 해주(海州) 고향에 물러나 있은 뒤에 단지 노소법(老蘇法)을 써서 몇 년 동안 문을 닫고 다시 크게 힘을 내기를 바랐습니다. 의문이 쌓여 그 사이에 만나 뵐 거리가 된 뒤에 마침내 봄에 가려고 했습니다. 누가 저에게 바로잡으러 갈 기회가 도리어 천고(千古)에 영원히 끊겼다고 합니까? 누가 저에게 원대한 계획이 중도에 이르지도 못하여 낭패스럽게 되었다고 합니까? 기린(麒麟)이 없고 봉황도 떠나가서 현자(賢者)가 누추한 마을에 봄바람과 따스한 기운을 한탄합니다. 옛날을 떠올리니 하남(河南)의 상서로운 해와 구름이 완연합니다. 다시 어디에서 얻을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하늘과 땅에 진리가 없어지는 때에 오랑캐와 금수(禽獸)가 안팎에서 가득하여 3강(三綱)이 가라앉고 9법(九法), 주나라 때에 나라를 다스리던 법이 무너지는 데에 있어서야 〈어떠하겠습니까?〉 그 형세가 반드시 종사(宗社), 종묘사직가 기울어도 구제하지 못하고 넘어질 것입니다. 소자는 여기에서 더욱 선생이 다시 오지 못하는 것에 슬픔을 느낍니다. 혼령께서 위에 계시면 오히려 상제(上帝)에게 간절히 호소하여 혼란을 다스릴 대인(大人)을 내려 보내 우리 사문(斯文)을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아! 슬프다 흠향하소서.

주석
화서[華西, 李恒老의 호] 이항로[李恒老, 1792~1868]. 조선말기의 성리학자로 본관은 벽진(碧珍)이고 자는 이술(而述)이며 호는 화서(華西)이다.
이 페이지에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는 재단이 되겠습니다.

56149 전라북도 정읍시 덕천면 동학로 742 TEL. 063-530-9400 FAX. 063-538-2893 E-mail. 1894@1894.or.kr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북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