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정인표(鄭寅杓)가 보낸 답장
이별한 뒤에 바로 안부를 여쭈려고 했으나 공교롭게도 인편(人便)과 어긋나서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지금 먼저 보내주신 편지를 받으니 위로됨을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송구스러움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더욱이 요즘에 군무(軍務)를 하는 영감의 형편이 영령(英靈)에 의지하여 더욱 강건한 것을 아니 매우 그립고 실제로 제 바람에 부합됩니다. 질질 끌어서 비록 지체된다고 하나 조련하여 더욱 정예(精銳)하게 되리라 여겨집니다. 이것은 이른바 ‘물을 트려면 차기를 기다려야 하고, 형세는 힘과 아울러 몰려온다’는 것입니다. 하는 바에 가리울 것이 없으니 저들은 반드시 풍문을 듣고 흩어져 달아날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어지럽고 괴로우니 정말로 근심스러우나 부모님의 건강이 편안하시니 다행스러울 뿐입니다. 약간의 보탬도 없이 단지 병만 더하여 스스로 돌아보니 가련합니다. 혹시 헤아려주시는 것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편지를 가지고》 온 사람이 서서 재촉하므로 많은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도중에 《몸을》 보호하시고, 나라를 위해 자신을 아껴 요사한 기운을 모두 쓸어내고 속히 개선하기를 바랍니다. 이만 줄이고 헤아려주시기를 바랍니다.
10월 18일 정인표(鄭寅杓) 올림.
《당신께서》 생각해주시는 깊은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군(軍)을 인솔하는 사람이 일을 보지 못하여 대관(隊官)으로 하여금 대신하게 하니 매우 염치가 없습니다. 병의 증세라는 것이 밤에 더욱 크게 아픈 뒤에 온 몸이 모두 아파서 식음(食飮)을 전부 물리쳐서 수습할 가망이 없습니다. 이것이 무슨 까닭입니까? 이것은 하루 이틀 사이에 회복될 가망이 없으니 진중(陣中)에 나가는 일은 거론할 것이 아닙니다. 이런 뜻을 상영(上營, 순무영)에 알리신다면 이는 《저를》 살리는 은택이 된 것이니, 이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