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四更, 새벽 1시~3시)에 가까워서야 궁(宮)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붓과 종이가 없어 일본 대인(大人)에게 빌려 말씀을 올립니다.
일본군 진영이 내일 새벽에 떠나가기에 지금 하기(下記, 돈 치른 것을 적은 장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본진(本陣)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읍의 형편상 한꺼번에 주둔한 군대를 감당하기가 어려우니 각 군(軍)을 나누어 보내주기를 바랍니다. 형님께서는 약간의 군사를 인솔하여 설을 지내는 것이 매우 좋을듯한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천안(天安, 천안에서 보낸 편지인듯)의 편지입니다. 죽산(竹山)의 군사는 어찌해서 이처럼 더딥니까? 재촉할 방도가 없겠습니까? 길을 떠난 지가 6~7일이 되었으나 어찌하여 전혀 소식이 없습니까?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해서는 아니 됩니다. 어찌 다시 의논하겠습니까? 비록 《편지를》 왕복한다고 해도 이것은 공문(公文)이 아니어서 저절로 휴지가 될 것입니다. 양해해주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1894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