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초 6일 [正月初六日]
흥덕현감이 보고합니다. 흥덕현의 수성군이 동적의 괴수인 고창의 유공선(柳公先)을 잡아 들였는데, 공선은 바로 손화중의 처남이 됩니다. 그는 동적 중에서도 대단히 행패를 부린 자입니다. 그는 금년 여름 이후로 그 무리를 거느리고 인근의 각 고을을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총을 쏘고 칼을 쓰고, 주리를 틀고 묶어서 때리는 짓을 능사로 하였으며, 무고한 백성의 집에 있는 궤짝도 다 뒤져서 술 단지조차도 남은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 10월에 적도를 많이 거느리고 큰 깃발을 세우고 살찐 말을 타고서 나주로 가는 길에 장성에서 노략질을 한 것이 전날보다 더욱 심하였습니다.
저 무리들에 대해 전하는 말이 낭자하되, 오늘 붙잡아서 철저히 엄히 조사하니 저 또한 감히 다 숨기지 못하는 바, 이놈이 전후로 저지른 죄상을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니 모두 말하기를 “죽여서 용서하지 마라”고 하기 때문에 위 유공선은 격식을 갖추고 굳게 가둔 뒤에 보고하오니 어떻게 처치하여야 할지 삼가 처분을 기다립니다.
제(題): 죄는 이미 죄안이 이루어졌으니 실로 용서할 수 없다. 군인과 백성을 거리에 대대적으로 모아놓고 죄의 경중을 따져서 처결한 후에 보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