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同日]
금산군(錦山郡)의 공형이 올린 문장 내용에, “방금 도착한 사또의 비밀 공문은 법대로 군수님께 전달해 바쳐야 하오되, 본 군수는 본 군이 피해를 입을 때에 입은 상처가 너무 심해 지난 달 모일에 관인과 병부를 차고 충청도 청주로 행차하였으며, 겸관님은[兼官主] 아직 미처 차정해지지 못하여, 감히 삼가 겉봉투를 살펴보니 군무가 분명하며 게다가 읍의 일이 만 가지로 황급한 까닭에 과연 죄를 무릅쓰고 열어보았습니다. 공문에 의거하여 우선 수성군과 유회소의 사적인 통문으로 각별히 각 면리에 신칙하였습니다. 거괴로서 흩어져 숨은 자와 각처에서 못된 짓을 한 접주로서 성명을 바꾼 자와 협박에 못이겨 따른 자라도 하나도 남김없이 잡아들일 계획입니다.
제원역(濟原驛)에 대한 일은 별도로 기록하여 급히 보냈거니와 본 군이 방비하는 것은 여러 읍보다 못하지 않은데 해를 입고 불에 탄 것은 또한 여러 읍 가운데 가장 심합니다. 원장(原狀)에서 길게 보고할 수가 없기 때문에 유래와 전말을 별도의 책자로 작성하여 참고하시기에 편하게 하였습니다. 의리를 따른 사람을 포상하고 드러내어 위로하고, 나머지 백성들의 쇠잔한 목숨을 다시 소생하게 하는 일은 오로지 처분에 달려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급히 보고합니다.
제(題): 보낸 책자는 받았다. 위에 보고하여 전달하겠다. 참혹하고 애절한 재앙과 충의의 절개는 옛날에도 드문 바였다. 전말을 두루 읽음에 모르는 사이에 줄줄 눈물이 흐르고 마음이 상하였다. 국왕의 군대가 이미 경내를 넘어서 다시 하늘의 해를 보았으나 흉악한 무리를 아직도 없애지 못하여 충의로운 혼백으로 하여금 지하에서 원한을 품게 한 것이 더욱 절통하고 한스럽다. 비록 수령의 자리가 비어 있더라도 《동학농민군을》깨끗이 쓸어 없앨 방비책을 도모하며, 임금의 군대가 다시 오기를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