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同日]
좌선봉진이 보고합니다. 방금 도착한 서산으로 나아가 싸웠던 참모관 권종석, 별군관 유석용의 보고 내용에, “주력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정읍현에 도착하니, 비요가 가장 심했던 마을로써 또다시 여러 달 수령 자리가 비어 백성이 편안히 안도하지 못하고 아전이 업무를 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한번 주력부대가 주둔하고 지나간 뒤로는 민정이 흡족하게 귀화하였고, 특별히 성을 지키는 유회가 설치되어 아전과 백성들이 왕래하며 조금씩 모여들었습니다.
경내에 사악함에 물들어 못된 짓을 가장 심하게 한 비류의 괴수 손익중(孫益中)·고원숙(高元淑)·안기홍(安基洪)·임석범(任石凡) 4놈은 현의 옥에 잡아가두었습니다. 그런데 손가는 바로 손화중의 사촌인바, 이들 거괴는 즉시 법대로 처결하여 백성의 피해를 없애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마침 수령 자리가 비어있는 때라 감히 멋대로 처결하지 못한다고 하였더니 온 읍의 백성이 길을 막고 일제히 하소연하는데 이들이 모두 말하기를 ‘죽여야 할 비류의 거괴를 수령이 비어 있다는 이유로 잠시도 용서할 수는 없다’고 하여 수성장 박리현(朴里炫), 좌수 유맹환(柳孟煥), 호장 시원만(柴源滿), 이방 기동흔(奇東欣)의 입회하에 즉시 총살하였습니다”라고 합니다.
손가 등은 비단 이곳 읍의 거괴일 뿐만이 아니라 경과한 읍에서 못된 짓을 하였다는 소문이 곳곳에 들리더니, 지금 잡아서 법대로 처결하니 천리가 환희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보고합니다.
제(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