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同日]

선봉진이 보고합니다. 노성으로부터 호남을 향하여 전진한 연유는 이미 보고하였거니와 22일 손시 경에 노성으로부터 출발하여 길을 따라 가며 진정시켜 편안하게 하였습니다. 그날 신시에 20리를 가서 논산에 도착하니 끝없이 넓은 들에 1,000여 호가 즐비하였으며, 한 줄기 조수가 통하는 큰 강 너머 북쪽은 노성·논산이 되고 남쪽은 은진·논산이었습니다.

노성쪽 땅은 지방관의 타이름으로 인하여 대부분 본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은진쪽 땅은 7,800호나 되는 곳에 가득한 여염집이 양반과 상놈을 가릴 것도 없이 열 집이면 열 집 다 비었다고 말할 수 있으니 보기에 걱정스럽고 비참하였습니다. 그래서 한편에 방을 내걸어 그들로 하여금 즉시 돌아와 안도하라고 하였습니다. 만일 까닭 없이 의심하고 두려워하며 안주하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동학농민군의》거괴나 행패를 부린 자들과 함께 일체 법률대로 시행하겠으며, 거괴를 비호하는 자는 그곳 마을의 주민들까지 마땅히 중죄를 시행하겠다는 뜻으로 글을 지어 공문을 보내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저녁부터 밤까지 조금씩 조금씩 돌아와 모이는 것이 자못 모양새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지체하여 머물 수가 없으므로 두 끼의 식사는 비류가 쌓아둔 곡식 가운데 옮겨다 사용하였고 나머지 남아 있는 곡식 몇 백 섬은 금영의 포교를 만나 그로 하여금 총괄하여 파악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난리를 겪은 이후로부터 거듭하여 하나같이 시장을 열지 못하였다가 비로소 23일에 상인과 장사치들이 모여 시장이 볼품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각기 안정된 마음으로 본업에 충실히 할 것을 별도로 면전에서 명령하고, 그날 사시에 출발하여 미시 경에 20리를 가서 강경포(江鏡浦)에 도착하였습니다. 근래에 장위영의 병력이 두 차례 주둔하여 지나갔으므로 조금씩 모두 안정된 마음으로 본업에 충실하고 있으며, 논산과 비교하면 편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난동을 부린 괴수는 대개가 도망가 흩어졌는데도 거주하는 백성들은 오히려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논산에서 타일렀던 대로 공고문을 만들어 게시해 그들로 하여금 이곳을 떠나는 폐단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논산·강경포와 같이 큰 곳에서도 보이는 모습이 쓸쓸하고 백성의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지방은 은진 고을 수령이 자리를 비워서 뒤를 이어 백성을 편안히 어루만질 길이 틀림없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금영에 공문서를 보내어 부임을 재촉하도록 하였고 또한 즉시 지방에 신칙하였습니다.

강경의 장날은 24일인데 조금씩 시장 모양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당일 출발하여 장차 호남 땅을 향하려 하고 있습니다. 은진에 머물러 주둔하는 일본군 병력과 장위영의 군대가 한편은 내포로, 한편은 용안·고산으로 향하고, 한편은 여산으로 향하였다고 하는데, 아직 보고된 공문이 없어 다만 정탐자의 전하는 말에 따르니 일의 허술함이 이보다 심할 수가 없습니다. 즉시 뒤의 상황을 차례로 자세히 정탐하여 급히 보고할 계획입니다. 공주로부터 군사를 위로하기 위해 보낸 군수품을 미처 기록하지 못한 것도 아울러 책자를 만들어 위에 올려 보냅니다. 이러한 사정을 보고합니다.

제(題): 보고가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