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同日]
소모관 천안군수가 보고합니다. 본 군은 삼남(三南)의 큰 길에 위치하여 평소 요충지라고 일컬으며 사면으로 적을 받을 수 있는 지역입니다. 비도들이 소요하는 때를 당하여 각별히 방어하여 지키지 않을 수가 없는데, 성도 없고 병사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9월 그믐의 변고를 당하여 10월 초 1일부터 이후로 경내의 사민(士民)들이 읍 안에 와서 모여 방어하여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 군수가 소모관의 임명을 받은 이후로 사민이 의병으로 나와 점점 하나의 부대를 이룰 정도로 많은 숫자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을 응접할 방도는 비단 감당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 오합지졸(烏合之卒)의 폐단이 생겨날 단서가 없지 않으니 도리어 몹시 걱정되었습니다.
다행히 경영(京營)에서 항상 머물러 둔 병사 30여 명을 파견하여 보내었기에 금일부터 시작하여 다시 규칙을 정하였습니다. 다만 아전과 관노로 부대를 만들고 또 별도로 뽑은 50명, 민간 장정 50명으로 부대의 규모를 정하고 경병과 더불어 항상 본 읍에 머물면서 군기도 보수하고 활 쏘기를 익히기도 하고 토벌하고 방어할 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또 면장·이장이 각각 돌아가면서 오가작통의 방법을 모여서 약속하기도 하고 강론을 통해 밝히고 기도하며 비도의 출몰을 살펴서 양민들을 편안하게 살게 해주었습니다.
본 군 모산면(毛山面)에 사는 별군관 윤영렬이 거느린 의병은 비록 별군관을 맡으라는 처분을 받기는 했지만, 한번 홍주로 출정한 이후로는 어느 곳에 가서 머물고 있는지 자세하지 못하니 그 합당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자연히 구애됨이 많아 민망함을 이기지 못하겠으며 이런 사정을 보고합니다.
제(題): 아전과 관노와 민간의 장정이 규모를 정하고 면장과 이장이 약속을 정하였는데, 만약 일체로 규칙을 정하여 항상 연습하고 강론을 통해 밝히는 효과가 있다면, 이웃 경내도 또한 이에 힘입어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니 각별히 더욱 단속하라. 윤영렬이 거느린 의병은 일이 잘 맞아 떨어져 옳지 않음이 없다. 소모소(召募所)에서 말을 만들어 명령을 전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