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同日]
진위현령이 보고합니다. 진위현의 잔달리에 사는 민공맹(閔孔孟)·한홍유·김명수 등을 함께 각각 엄히 조사하여 취조한 연유는 보고하였는데, 서목의 회답에 비록 이르기를, “귀화할 때에 당사자는 짐작이 되나, 숨어서 나타나지 않고 형이라고 또는 아들이라고 칭하는 놈은 매우 의심스럽다. 그들이 속히 나타나도록 독촉하여 참작해서 처리하도록 하되, 만일 곧바로 도망가면 고의범에 적용하는 법률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니 이러한 뜻으로 상세히 깨우쳐서 빨리 출두할 것을 재촉하여 잡아가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삼가 공문의 회답에 의거하여 위에서 말한 죄인 민공맹·한홍유·김명수를 모두 그대로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빨리 출두할 것을 알아듣도록 타일렀더니 당사자인 민재명(閔在明)·한칠성(韓七成)·김화덕(金化德) 등이 지금 막 나타났기 때문에 모두 엄히 가둔 뒤에 나누어서 엄한 형벌로 진술을 받아냈습니다.
민재명이 진술한 내용에, “저희 형제는 사람됨이 어리석어 농업으로 생계를 하고 몸가짐을 조심하고 분수를 지키며 살고 있었는데, 지난 8월쯤에 제가 잠시 수원 접주 김래현에게 행패를 당해 동학도에 강제로 들어가서 곧 이름이 죄안에 있게 되었으나 이것은 고의로 저지른 죄가 아니라 핍박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입니다. 계속 조정의 명령과 관가의 타이름을 삼가 받들고 곧 동학도를 배반하고 돌아온 뒤에 성명을 책으로 엮어 관가에 보고하였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한 달 전에 수원 교졸이 밤에 우리 마을로 들어와 죄인을 수색할 때에 제가 겁이 나서 도망을 갔습니다. 임무를 맡은 그 교졸이 저의 동생 공익을 붙잡아 가서 한 달이 지나도록 가두어 놓았습니다. 제가 범한 죄상은 과연 동학도에 억지로 들어간 것뿐이고 협박하거나 행패를 부린 일은 없습니다. 지금 죄 없이 죽게 되었으니 어찌 매우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특별히 새로 귀화한 백성의 실정을 살피셔서 오직 공정한 결정으로 처분하시기를 원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동몽(童蒙) 한칠성이 진술한 내용에는, “저희 부자는 모두 무식한 백성으로 오로지 농사로 생계를 도모하고 있다가 지난 8월경에 어린 제가 불행히도 김래현(金來鉉)의 위협과 핍박을 당하여 잠시 비류에 참여했다가 곧 귀화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동학이 무슨 학인지도 모르는데 뜻 밖에 한 달 전에 수원 포교가 돌연히 우리 마을에 들어와 죄인을 추격해 체포할 적에, 어린 제가 칠성이라고 부르는 이름을 듣고 절로 겁이 나서 달아나 피하였습니다. 그 포교가 저의 아버지를 대신 잡아가서 오래도록 감옥에 감금하고 있다고 해서 제가 지금 스스로 자수한 것입니다. 또 하물며 몰지각한 어린아이가 어찌 감히 어지러운 곳에 끼어 들었겠습니까? 실지로 달리 고의로 범한 죄는 없사오니 특별히 참고하시어 처분해 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김화덕이 진술한 내용에, “저희 부자는 본래 장사꾼으로, 애초에 간섭한 것이 없고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다가, 지난달 8월쯤에 김래현이 강제로 동학에 들도록 행패를 부릴 때에 제가 강제로 위협을 당하여 잠시 나라의 법을 범하였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조정의 명령과 관가의 타이름을 받고는 우리 마을에 강제로 동학에 들어간 사람들이 모두 동학을 배척하고 귀화한 뒤에 성명을 책으로 엮어서 관가에 보고하였습니다. 그래서 온 마을의 사람들이 예전처럼 편안히 살았는데, 갑자기 한 달 전 수원부의 교졸이 밤에 우리 마을로 들어와 이름을 부르고 체포할 때에 제가 과연 피하여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포교가 저의 아버지를 대신 잡아가서 오래 가두어 두었기에 제가 자수를 하고 옥에 갇혔습니다. 제가 저지른 실정은 잠시 억지로 동학에 들어간 것뿐이고, 고의로 저지른 죄과는 없으니 특별히 살려주시는 은택을 내려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차례로 이들이 진술한 것을 서로 전말을 참조하여 단서를 조사해 보니 곧 개과천선한 것이 분명하여, 잠시 생각지 않은 일에 연루된 것이지 실로 고의로 범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연유를 사실에 근거해 취조하여 보고하오니, 특별히 참작하시어 처분하여 주십시오.
제(題): 이렇게 징계하고 토벌할 때에 이르러 어찌 저 무리들이 변명하는 말이 없겠는가? 그러나 보고가 이미 이와 같으니 일체 그곳 마을에 보증을 세워 가둔 뒤에 또한 그곳 마을의 동임에게 다짐을 받고서 보고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