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同日]
경리청 부영관이 보고합니다. 이달 초 8일 참령관 구상조가 능치의 높은 봉우리에 부대를 머물고 적과 서로 대치한 연유와 대관 조병완·이상덕, 참모관 황승억, 교장 김홍엽·이봉춘·이장혁·우기준이 1개 소대를 거느리고 일본병사와 합력해 10여 리까지 쫓아가 죽이고 이인까지 5리가 못되는 곳에서 새벽에 군대를 돌려온 형세를 이미 보고하였습니다.
대관 조병완은 이날 밤에 군사를 이끌고 참령관이 머물러 있는 곳에 다시 가서 연일 싸움을 한 탓으로 병력이 피로하고 약해져서 2개 소대를 3개 소대로 나누어서 돌려가면서 지키게 하였습니다. 적의 무리 수천 명이 요새지에 웅거하여 주둔하고 견고히 지키며 나오지 아니하여 격파시킬 수 있는 계책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1일 오시에 이르러 교장 이봉춘이 정예병사 10명을 거느리고 군복을 다 벗고 비류로 꾸며서 조금씩 나아가니 적들이 끝내 의심하지 않아 산에 올라가서 가까운 데에 이르러 일제히 총을 쏘아 4∼5놈을 죽였습니다. 이에 적의 무리들이 무기를 버려두고 몸을 빼서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고립무원의 군사로 추격하지 못하고 연이어 총을 쏘아 위세를 보여 그들로 하여금 멀리 도망가게 한 후 무기를 실어왔습니다. 그래서 획득한 군물은 다듬어 책으로 엮어 위로 올립니다. 적의 실정을 탐색해 보니 패배하여 흩어진 나머지 적의 무리가 곧 계룡산 등지로 향하였습니다.
제(題): 보고를 전달할 것이며 만들어 올린 책은 받았다. 이런 과감한 군사의 마음은 별도로 장려하는 길이 없을 수가 없다. 빼앗은 군물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각별히 성명을 기록하여 보내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