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공주 정안면 봉암·화촌 사람들의 등정 [同日 公州正安面鳳岩花村大小民人登呈]
봉암·화촌 사람들이 올린 글에, “우리 동네는 본래 10여 가구 밖에 안 되는 쇠잔한 마을로 부지런히 힘껏 농사를 짓고 임금의 교화 속에 함양되어서 겨우 겨우 목숨만 보전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근년에 무뢰배들이 동도에 의탁하여 마을 사람들을 잡아가서 엄한 형벌을 내리고, 돈·곡식·베·짚신을 요구해 그 괴로움을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관군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서 저희들은 위엄과 의리에 감동하였으나《동학농민군의》침탈이 있을까 두려우니 엄격하고 명백한 회답을 내려 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제(題): 설사 강제로 동학에 들어갔다고 하나 이미 행패를 부린 일이 없고 또 곧바로 귀화했으니 그렇다면 모두 조정의 어린 백성이요 양민이다. 반드시 두렵게 생각하면서 개혁하여 동학에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