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곡 유생 등 단자 해주·강령 [三谷儒生等單子海州康翎]
맹자(孟子)에서 말하기를 “인(仁)의 마음이 있는데도 자기 부모를 버리는 일은 없으며, 의(義)의 마음이 있는데도 그 군주를 뒷전으로 돌리는 법은 없다”고 했습니다. 무릇 충군효친(忠君孝親)은 오륜(五倫)의 으뜸이요, 모든 행동의 근원입니다. 사람이고서 불충(不忠)하고 불효(不孝)하다면, 천지 사이에 어떻게 설 수 있겠습니까. 저희들이 비록 외지고 먼 곳에 있다하더라도, 성세(聖世)의 교화의 은택으로 길러져서 왕의 신하가 아님이 없고, 왕의 백성이 아님이 없으니, 어찌 충효의 의(義)를 알지 못하겠습니까.
근래 화폐가 누차 바뀌어 여러 폐단이 번잡하게 일어나고, 또 수령의 탐욕과 리예(吏隷)의 간교함을 입어 요역이 날과 달로 증가하여 지탱할 수 없습니다. 지난 번에 소요를 일으킨 것은 부득이한 데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나 다행인지 우리 밝은 순상(巡相)이 경계에 도착하여 처음 감영에 부임하신 후 포고문으로 거듭해서 깨우쳐주셨으니 황공하기 그지없습니다. 과거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갑자기 저절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곧 많은 백성이 곤경에 처해있음을 아시고, 흘러넘치는 제교(題敎)에 이르러서는 눈물이 나와 황송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지금 또 소모사(召募使)와 좌막(佐幕)이 내린 면유(面諭)을 받들고 보니 더욱더 감사의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고어(古語)에서 말하기를 “인간이 비록 허물이 없어도 고치는 것이 좋다”라고 했습니다. 저희들은 비록 우매하고 무지하더라도 돌연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모든 조화가 하나로 귀결되어 영구히 선량한 백성이 되겠습니다. 관의 군기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처음에 가지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위 몇몇 병사가 가진 것은 시골 마을의 화승총 몇 자루를 빌려 얻은 것이고, 각자의 호미와 낫을 모아 장촉(杖鏃)을 주조한 것은 자신을 방어하려는 것에 불과합니다. 지금 귀화하는 처지에서 무기를 풀어 모두 거두어 올리겠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우리 순상께서는 매우 어진 은택을 베푸시어 궁핍한 백성들의 정경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아아, 칼을 팔아서 호미와 소를 사고 각기 그 생업에 안도하게 해주십시오. 옛날 발해 공수(龔遂)의 덕화(德化)를 오늘날에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백성의 폐단이 되는 것은 추후 조목을 나열하여 올리는 단자를 기다려 일일이 혁파하시어, 근본을 튼튼히 하는 정사를 베푸시기를 천만번 엎드려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