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통 [敬通]
평산(平山) 수접주(首接主)
경통(敬通)하는 일이다. 생각하건대 우리 동도의 충군효친(忠君孝親)과 광제창생(廣濟蒼生)의 근원은 크고 크도다. 그런데 아아, 저 해백(海伯), 황해감사의 부자(父子)는 왜놈과 같으니 죽일 수 있다. 해주와 강령의 동학 도인 100여 명을 해치고, 백성을 도륙하였다. 이 같은 부자 두 놈은 개국 오백 년이래 처음 나온 대역죄인이다. 때문에 영서(營西) 10여 읍에 일제히 격문을 발포하여 기포(起包)해 모인 자가 50,000~60,000명에 이르렀다. 취야(翠野) 북쪽에 진을 치고 그 서쪽으로 식량 보급로와 인적을 끊었음에도 뒤를 따라 기포한 자가 부지기수이다.
귀 읍(邑) 각 포(包)의 도인들에게 크게 바라니, 분발의 탄식이 어찌 없겠는가, 일제히 널리 알리고 만약 이를 받았으면 속히 기포하여 돌장승이 있는 곳에 모여서 주둔하면서 동쪽 식량 보급로를 끊으면 몇 일이 안 되어 두 놈이 필시 도망하여 곧바로 평산·금천 북쪽 땅으로 내달릴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뜻을 연안·배천(白川)·평산·금천의 각 포의 수접주에게 통문을 돌린다. 연안·배천 두 읍의 도원(道員)들이 한곳에 만나서 그 읍천(泣川) 도로를 단절시키고, 평산·금천 두 읍의 도원들도 또 한 곳에서 만나서 작천(鵲川)의 북쪽땅을 지키도록 하라. 동서가 수미상관하니 이놈들을 생포하는 것은 묶음 속에서 물건을 취하는 것과 같다. 하물며 지금 천병(天兵), 청국군사 백만이 왜구를 내쫓고 강을 건너 강계(江界)·의주(義州) 북쪽 땅에 주둔하고 조선인으로 왜를 돕는 자는 박멸한다는 뜻의 문서가 해주와 안악(安岳)의 수접주에게 있었음에랴. 그러므로 지금 창의한 자들은 황해감사 부자를 먼저 참하여 그 머리를 청나라 진영에 바치도록 하라. 그 후에야 우리 도인의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부지할 것이다. 서둘러 기포하여 대세를 실기하지 않기를 몹시 바란다.
1894년 11월 23일 묘시(卯時) 창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