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상주 각 면의 민인들에게 전령을 보냄[同日傳令尙州各面民人等處]
이번 소모(召募)의 거사는 특별히 의병을 규합하기 위한 것이다. 의리(義理)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지역의 사대부와 대대로 관리를 배출한 집안에서 먼저 져야한다. 그래서 의로운 마음을 발휘하여 군량을 출연(出捐)하라는 명령을 몇 차례 내리면서도 늘 힘없는 백성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의(義)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사람의 도리는 상하의 차이가 없으니, 비록 아래 백성들이라 할지라도 어찌 “저들은 의(義)가 없으니 내버려두라”라고 말하겠는가? 지금 비도(匪徒)들이 교화에 순종하지 않아 위로 임금의 근심이 되고 있다. 대개 이 땅의 곡식을 먹고 사는 백성들 가운데 임금의 신하가 아닌 자가 없다. 사대부가 유독 훌륭하여 앞장서서 기의하면 아래 백성된 자들이 어찌 그것을 보고 감동하여 따르려고 하지 않겠는가? 한 섬의 곡식도 없는 서민들의 집은 거론할 것이 못된다. 그러나 만약 농사를 지어 가을에 수확을 하여 그것으로 부모를 모시고 처자를 양육하기에 충분한 자들은 하늘이 내려준 본성으로 스스로 선량한 마음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에 널리 효유하니 각자 의로움을 듣고 충성을 바치며 자신들의 재물을 날라 와서 한편으로는 사대부 군자의 의를 숭모하고 한편으로는 군국(軍國)의 급무를 해결한다면 사람의 떳떳한 도리를 어찌 신뢰하지 않겠는가? 각자 의분을 떨쳐 군량을 출연함으로써 배부름을 함께하는 노래를 부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