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7일. 공주(公州) 감역(監役) 신복균(申復均) 등이 아룁니다. 이번 비류(匪類)들의 소요사태를 당하여 감히 의기(義氣)라고 이름을 붙일 수는 없으나 단지 유회(儒會)를 규례로 삼아 대략 규칙을 제정하여 비류들을 방어하고자 합니다.
제(題):벼슬아치와 유생들이 의(義)를 사모하여 일제히 호소하니 나도 모르게 공경심이 일어나 감탄이 나온다. 대개 사람들이 모이면 반드시 비용이 들게 되니 혹 이로 인하여 폐단을 일으켜서 도리어 해가 되지는 않겠는가? 지금 백성들은 여러 달 동안 시달려서 지쳐 있고 동학의 소요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 안도할 방도는 오직 대민표준(大民標準)에 달려 있으니 어렵지 않겠는가? 먼저 각 리(里)에서 불안한 자들을 안정시키고, 의구심을 품은 자들을 회유하며, 교화에 저항하거나 불순한 자들은 가려내어 흩어지게 하여 법으로 다스린다면, 비류들이 감히 사람들 사이에 섞여 지내면서 악행을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그런 뒤에 오가작통(五家作統)의 예로써 별도로 규식(規式)을 정하여 평소에는 엄히 경계를 서다가, 만약 다른 지역의 비도(匪徒)가 와서 소요를 일으키면 일제히 모여서 그 화(禍)를 막기를 마치 역참을 설치하여 명령을 전달하듯이 신속하게 한다면, 이것이 백성들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준비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나의 생각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일제히 영읍(營邑)에 호소하여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라.
온양 동하면 등장 [溫陽東下面等狀]
등장(等狀)을 올립니다.
죄가 있는 자가 죽고 죄가 없는 자가 사는 것은 분명한 하늘의 이치이며, 죄가 있는 자가 살고 죄가 없는 자가 죽는 것은 형정(刑政)이 잘못 행해진 것입니다.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시생들이 대진[大陣, 이규태가 이끄는 선봉진]의 부월(斧鉞)을 피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쓰고 우러러 호소하는 것은 죄가 없으면서 죽음에 처하여 있기 때문입니다. 자세하게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감옥에 갇힌 죄인 한명오(韓明五)는 본면(本面)의 풍헌(風憲)으로 나이는 50세가 넘었습니다. 기질이 연약하고 입으로는 망언을 하지 않으며 발로는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지 않아 온 면 사람들이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의병이 지나가면서 전깃줄 몇 묶음을 찾아내어 죄안(罪案)을 만들어서 대진(大陣)에 보고하여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빠졌으니 어찌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전깃줄이 나온 연유는 이러합니다. 그의 처남 박윤보(朴允甫)가 천안(天安) 원가(院街)에 사는데, 청군(淸軍)이 주둔하고 있을 때 전기를 모두 끊어버리자 무지한 박윤보가 그 전깃줄을 몇 묶음을 거두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박가가 죽자 자녀와 친척이 없어서 그 가산을 가지고 올 때 함께 딸려 온 것입니다. 한명오는 이 ‘전기줄’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시생 등이 측은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대진(大陣) 선봉(先鋒) 합하[閤下, 이규태]께 우러러 호소합니다. 원컨대 사건의 유래를 자세하게 살피시어 참으로 뜻밖에 죄를 뒤집어 쓴 한명오를 즉시 석방하여 죄없이 죽지 않도록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題):일제히 호소하는 것이 과연 적실하다면 지금까지 한 번의 보고도 없는 것이 매우 의아하다. 상세하게 조사하여 치보(馳報)하도록 하라.
갑오년 11월 초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