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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선유방문병동도상서소지등서
일러두기

천지는 어질지만 만물을 시들게 하는 때가 있고 부모는 자애로우나 화를 내실 때가 있다. 이것이 어찌 미워서 그러는 것이겠는가? 자신들이 스스로 죄를 범하여 벌을 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임금께서 너희 무리를 생각하시되, “이들은 나의 적자(赤子)인데 어찌 감히 그렇게 하겠는가? 이는 그들의 본마음이 아니다”라고 하시고, 척연히 불쌍히 여기시어 은혜로운 말씀으로 효유하시고 살 길로 인도하셨다.

그러나 너희 무리는 감격하여 따르지 않고 줄곧 극심하게 패악한 행동을 일삼고 있으니,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너희들의 죄가 어떠한가? 너희 무리가 참서(讖書)를 주장하고 요괴(妖怪)를 선동하여 어리석은 백성들을 미혹하고 윗사람을 업신여기며 무기를 훔치고 관아의 곡식을 빼앗으며 고을을 공격하고 수령도 해치니 반역이 아니고 무엇인가? 임금께서 매우 진노하시어 크게 군사를 출동시키셨으니 우리는 위령(威令)을 믿고 용맹을 가다듬어 너희의 소굴을 소탕하고 너희 무리들을 도륙하여 씨를 남기지 않고 다 죽일 것이다. 또 너희의 장기가 무엇인가? 동쪽으로 쫓으면 서쪽으로 도망가고 남쪽으로 몰면 북쪽으로 모이는 것을 장기라고 하지만, 하늘에 닿는 큰 그물을 사방에 펼쳐놓아 그것을 건드리면 걸릴 것이니 어디로 빠져나가겠는가?

슬프구나! 너희들은 이제 모두 죽을 것이다. 어이할꼬! 너희의 몸이 칼을 받고 너희의 뼈에 풀이 엉킬 것이니, 부모가 있어도 누가 공양할 것이며 처자가 있어도 누가 먹여 살리겠는가? 부모와 친척과는 영원히 이별하고 가족과 산업은 남의 것이 될 것이니 어찌 원통하고 서럽지 않겠는가? 우리 임금은 지극히 인자하시니 어찌 너희를 죽이라고 하시겠는가? 너희가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다. 내가 할 말이 있으니 맹세코 너희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이 오늘이라도 개과천선(改過遷善)한다면 죽지 않고 살 수가 있다. 너흰들 어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마는 의혹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집에 오면 추위와 배고픔을 면하지 못하고 사람을 대하면 부끄러움을 금하지 못하며, 동네에서 자연히 손가락질하고 관리들이 필경 추포(追捕)할까 주저하여 결단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내가 마땅히 너희의 지난날의 허물은 덮어두고 오늘 귀순함을 기특하게 여겨 아무쪼록 살아갈 방도를 마련해 주어 추위와 배고픔을 면하게 하고 엄중히 신칙하여 추포하지 않도록 하여 태평한 세상에서 걱정없이 살도록 할 터이니 너희들은 빨리 잘못을 뉘우치고 의심하지 말라. 너희 괴수 가운데 만약 불량하여 고치지 않는 자가 있다면 이들은 법으로 용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너희들의 철천지원수이기도 하다. 당초에 너희를 위협하여 강제로 끌어들인 것을 생각하면 그놈의 고기를 씹어도 시원찮을 것이다. 너희가 만일 의기(義氣)를 발하고 힘을 합하여 그놈의 머리를 베어 와서 바치면 내가 별도로 후한 상을 내릴 것이다.

슬프다! 이제 내가 너희들에게 이르노니, 너희들은 스스로 잘 판단하기 바란다. 너희가 내 말을 듣지 않아도 나는 미흡함이 없다. 너희가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죽일 것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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