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무청 공사 경무관 장규원 1895년 11월 25일[大邱警務廳供辭乙未十一日二十五日]
본인은 지난 해 양호초모사가 되었고, 금년 2월에는 김재수에게 무고를 당하여 서울경무청으로 잡혀갔으나 다행히 신원되었습니다. 6월 21일에는 원문(圓門)을 나왔으며, 8월 19일에는 성모(聖母, 명성황후)가 해를 입었으니 실로 천지가 열린 이후에 처음으로 있는 큰 변이었습니다. 그런즉 비단 우리나라 신민들이 와신상담의 고사와 같이 복수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의 고기를 씹어 먹고자 하는 것입니다. 진실로 떳떳한 성품을 가진 자라면 천하의 여러 나라들에 누군들 함께 쳐서 함께 죽이려 하지 않겠습니까? 본인은 충의의 마음을 가지고 처자들과 영원히 결별하여 대의를 일으키기를 맹세하였습니다. 성모의 옥체에 당일 손을 댄 역적들을 조사하여 북궐 아래에서 죄인을 죽여 그 시체를 여러 사람에게 보이고, 그 고기를 포로 뜨고, 그의 간을 회를 쳐서 천신에게 설욕할 것을 맹세하였습니다. 만 가운데 하나의 분을 풀려는 것입니다. 나라의 운명이며, 나의 운명이 마침내 이에 이르렀으니, 마땅히 한번 죽어 나라에 은혜를 갚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빨리 죽여주시고 수고롭게 많이 묻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