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에 아들 영정에게 보냄[獄中寄家兒永井][대구 수감 때]
일찍이 너희들과는 비록 길이 헤어졌지만, 매번 길에서 머리를 늘어뜨린 동자들을 보면 너희 형제들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없다. 이는 진실로 부자의 윤리로서 이루어진 정일 것이다. 나는 그때 충청도로 가서 사민들과 더불어서 함께 대의를 일으켜 국모의 원수를 갚고자 하였는데, 같은 일을 하기로 한 반역자 진잠현감 김아무개의 고변을 당하여 공주에서 낭패하였다. 갑자기 돌이켜 생각해보니, 구렁에 빠진 것과 같았다. 또한 국가의 원수를 갚지 못하니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곧바로 필마로 남쪽으로 내려와서 복수할 것을 서약하였는데, 또 반역자인 고령현감(高靈縣監) 조아무개의 고변을 당함에 따라 11월 24일 대구의 옥에 갇히게 되어, 한스러워 죽으려 했고 분하여 죽으려 하였다. 지금 억지로 한 가닥의 생명을 보존하게 된 것은 혹시라도 하늘이 나의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가련하게 여긴 것일 것이다. 다시 복수할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다. 만일 뜻과 같지 않다면 다만 한번 죽어 국가에 보답하는 것이 마땅하다. 너희 형제들이 저자에서 동냥질을 하더라도 기어코 살아남아서 나라와 아버지의 원수를 갚도록 하라. 설혹 굶어 죽더라도 또한 신과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다. 아버지가 국가를 위해 죽어서, 임금의 욕을 당하면 신하는 죽어야 한다는 뜻을 잃지 않고, 아들이 굶어 죽더라도, 군자가 어지러운 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는 절개에 무엇이 해가 되겠는가? 너희들이 굶어 죽더라도 나는 또한 부끄럽지 않다. 그리고 너희들 형제 중 하나는 12살이고 하나는 9살이어서 혹 내가 어떤 연유로 살았으며 어떤 연유로 죽었는지를 알 것이다. 영성(永星)과 영저(永底)의 두 아이들 중 하나는 3살이고 하나는 1살이어서 틀림없이 내가 어떤 연유로 살았으며 어떤 연유로 죽었는지를 알 지 못할 것이다. 이 때문에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