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에 올리는 글[上巡營]
지금 들어보니, 금산에 사는 김준영(金俊榮)이 동도들에게 욕을 당한 일로 오래 묵은 원한을 이기지 못하여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의병이라 칭하면서 백성들을 죽인 것이 많았으며, 이것이 옥천(沃川) 등지에까지 미쳤다고 합니다. 준영의 이러한 거사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일으킨 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원한을 갚기 위한 것에는 지나친 폐단이 없지 않습니다. 옥천의 양산(陽山)에 사는 백성들 또한 의병을 칭하여 온 고을에 통문을 보내어서 며칠 밤을 기포(起包)하였는데, 김준영을 공격하는 것으로 명분을 삼았으며, 비류의 여당들도 또한 서로 붙는 자가 많았습니다. 그들의 세력이 다시 치열해졌으니, 참으로 놀랍고 통탄스럽습니다. 서로 진짜와 가짜라고 칭하여 구분하기 어려웠으나, 이제 적의 우두머리가 죽는 것을 보고 남은 무리들이 모두 흩어졌습니다. 마땅히 각각 편안하게 살게 하고 잘 지켜서 이들이 다시 서로 병사를 일으켜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살육하지 않도록 다루어야 합니다.
아! 이들이 과연 의병입니까? 가짜입니까? 진잠에 이른 후부터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힘쓰고, 만일 위협을 받아 강제로 들어간 자들을 모두 불러서 안심하게 하고 위무하였으나, 끝내는 미혹하여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바야흐로 회덕 등의 곳으로 향하였으나, 백성들의 마음이 삐꺽거리니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장차 고삐를 늦추어 천천히 가서 실효를 거두도록 힘쓸 계획인데, 처분을 어떻게 내리실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