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에 올리는 글[上巡營]
1월 22일 회덕(懷德)을 향하였으며, 그날 해가 저물 때 공주 대전점(大田店)에 도착하여 머물러 잠을 잤습니다. 그 다음 날 일찍 출발하여 오시(午時, 오전 11∼오후 1시) 무렵 회덕에 도착하였습니다. 말안장을 풀기도 전에 진잠현감(鎭岑縣監)이 보낸 급한 편지를 보니, “연산 행정포(杏亭包)가 바야흐로 다시 기포하려 합니다. 또 흩어져 피해 있던 관동포(關東包)가 무리를 지어 밤에 다니고 있어서, 그 세력이 얼마 되지 않아 오늘이나 내일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 합니다. 이곳에 도착하여 다른 적을 멀리 추격할 수도 없으니, 빨리 군대를 되돌려서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매우 좋을 것입니다. 폐일언하고 곧바로 빨리 회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또 순무영 참모 이명상의 편지를 보니,“연산의 형세는 한시가 급합니다. 반드시 멀리 좌협(左峽)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 의당 회군하여 이러한 근심을 구하는 것이 막대한 공이 될 것입니다. 빨리 연락하여 진잠으로 군대를 되돌려서 응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두 편지를 참고하여 볼 때 소홀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빨리 행장을 차려서 어젯밤 술시(戌時, 오후 7∼9시)에 다시 진잠으로 나아갔습니다.
연산의 일로 말하자면, 연산은 호남과 호서가 경계를 마주하는 곳에 있습니다. 또 수개월 동안 수령의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적의 우두머리로서 말썽을 일으키고 순화되지 않는 자들이 도적질하여 근심이 매우 많고, 남은 무리들로서 흩어져 숨어 있는 자들은 귀화할 마음이 없습니다. 한번에 곧바로 적의 소굴을 치지 않으면 장차 도모하기 힘든 근심이 있을 것입니다. 이에 즉각 연산으로 향하려 합니다.
이로써 감히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