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순사 전라감사 겸 위무사의 고유 [都巡使全羅監司兼慰撫使告諭]
전라감사 겸 위문사가 고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본디 양민으로 동학에 속아 입도(入道)하고 또 위협에 못 견디어 마음대로 무리를 모아 작당하여 보국안민(報國安民)한다고 칭하고 군기를 탈취하여 평민을 약탈하고 왕명을 거역하는 죄상을 생각하면 죽여도 애석하지 않다. 그러나 어지신 성상(聖上)이 무지한 백성을 차마 못하셔서 대여섯차례 윤음(綸音)을 간절히 내리셔서 염찰사(廉察使)와 선무사(宣撫使)를 갖추어 효유하신 것은, 아무쪼록 귀화하게 하시려는 의향이시니, 너희들이 국가의 내란을 다행으로 여겨 때를 틈타 난을 일으키고 심지어 관장官長을 살해하고 국세를 마음대로 거두고 아전들을 학대하기로 부득이하여 대군을 명령하여 경기와 호서지방부터 차차 평정하고 호남으로 향하니 이때 내가 위무사가 되어 불쌍한 백성들에게 옥석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일을 차마 못보고 이에 고시하니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대체로 동도(東徒) 10,000명 가운데 9,900명은 죄가 없는 양민이라. 억지로 끌고 가서 부모처자와 이별하고 농업과 상업을 다 버리고 엄동설한에 적의 진중에서 얼거나 굶주리다가 필경은 총과 창에 죽으면 죽어도 그른 귀신이 되어 송장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그 아니 가련하리오. 지금이라도 즉시 군기를 바치고 집에 돌아가 각기 안업(安業)하여 농사꾼은 농사짓고 장사꾼은 장사하여 동도(東道)를 배반하고 양민이 되면 관군이 하나의 호(戶)라도 양민을 해칠 일이 없을 것이고, 또 너희들이 꾀를 내어 도내의 괴수를 베어서 올리면, 즉시 상금 10,000냥과 당일로 장계를 올려 수령을 시킬 것이고, 비록 괴수라고 하더라도 서로 잡아 바치면 죄를 사면하고 모두 공을 따져 상을 줄 것이니 그리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