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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창의응거표(倡義應擧表)

봉호(蓬蒿)가 우거진 곳에 사는 자인지라[處跡], 오히려 어리석은 자질의 무모함이 부끄럽고, 추요(芻蕘)의 묻는 말에나 응하는 정도이나[詢言], 어진 원님[贒倅]이 창의(倡義)를 독려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어찌 재주가 족하다고 하겠습니까만, 진실로 즐거운 마음으로 응하는 바입니다.
지금에 미치어 황건적[黃巾]의 주술과 부적[呪符]이 잉태[胎化]되고, 양주·묵적[朱墨]과 같은 풍속을 속이는 말들이 숙성[媒孽]되고 있습니다. 임금도 모르고 아비도 모르는(無君無父) 자들은 군문[師門]이 용납할 수 없는 죄인들이요, 읍을 도륙내고 성을 무너뜨리는 짓들은 국가가 공동으로 원수로 여기는 흉악한 역도들입니다. 그들은 오래도록 돼지나 물고기처럼 완고한 성품을 기르고, 살무사나 물여우[虺蜮]처럼 잔학한 마음을 감추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백면(白面)의 냄새나는 선비로서 누런 머리털 날리는 헛된 늙은이인지라, 어리석고 미련하여 쓰잘 데 없어 모두들 ‘오유선생(烏有先生)’이라 하오나, 걸쳐진 말안장을 돌아보며 감히 마옹(馬翁)의 장한 뜻을 바라게 됩니다. 미쳐 날뛰는 불꽃이 하늘을 태울 듯하고, 피비린내는 땅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저들은 강회(江淮)에서 들끓고 일어나는 형세와 같고, 금릉(金陵)의 성을 와해시킬 듯한 기세였습니다. 이에 성상(聖上)께서 크게 노하시어, 옥절(玉節)을 어루만지며 근심을 나누어 지니시고, 새 감사[新伯]에게 명을 내리시어 “너는 가서 힘쓸지어다.” 하시고, 금책(金策)에 의지하여 죄를 묻게 하시되, 대군[元戎]을 파견하여 위로하시어 “그들 우두머리를 섬멸하라.”고 하시었도다.

곤강(崑崗)의 사나운 불이 옥석(玉石)을 함께 태우는 탄식을 없게 하고, 정나라 못 환부[鄭澤萑苻]처럼 병장기를 들고 몰려 있는 무리들을 몽땅 쓸어내라.” 이에, 날짜를 정하고 여러 군사들에게 전의를 고취시켜 정해진 기한 안에 세 번을 이기니, 흐린 바다에 큰 고래가 그 대가리를 이미 처박고[首旣云授], 큰 사슴이 깊은 산속으로 그 자취를 끝내 감추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액운(厄運)이 닥친 때에 그래도 순종하여 복종하지 않는 자들이 넘쳐나, 강아지풀과 피가 점점 자라나서 곡식 속에 섞여 자라는 것을 어지럽게 하며, 때까치와 부엉이가 무리지어 집을 지으니 알에서 깨어나 날개를 이룰까 몹시도 두렵습니다. 순상(巡相) 이공(李公)은, 열흘 만에 게당(憩棠)의 교화를 베풀고, 날로 민포(敏蒲)의 정사를 시행하셨습니다. 민심을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어루만지며, 발승(渤繩)의 난을 다스리게 하시며, 문무(文武)를 아우른 계책은 능히 촉기(蜀器)의 기울어짐을 바르게 하셨습니다.

본읍의 원님[本倅] 윤후(尹侯, 尹錫禛)는, 마음속으로 절실히 보국할 생각을 지녔고, 날쌔고 굳세며 충성스럽고 의로운 분이었습니다. 노를 두드리며 군사들 앞에 맹세한 조적(祖逖)이 장강(長江)에 있는 듯하시고, 불타는 횃불을 들고 강족(羌族)을 막은 숙도(叔度)가 운중(雲中)에 있는 듯하셨습니다. 세운 공이 일세에 빛나니, 앉아서 두 괴수를 사로 잡으셨습니다. 운대(雲臺)를 짓는 장인의 계획은 기약할 수 있으나, 설산(雪山) 백성의 바람은 오히려 무겁습니다.
여러분(僉員), 군자(君子)들은 하(夏)나라의 풍속을 따르고, 열사(烈士)들은 공을 세울 때입니다. 밭을 갈고 날짐승을 잡는 것은 장인(丈人)이 군대에 종사하는 규율이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는 것은 양반[斑生]네들이 적을 공격하는 꾀입니다. [저들은] 사람마다 모두 나서서 죽여야 할 바이니, 서늘한 춘추(春秋)의 대의에 따른 부월(斧鉞)이요. 집집마다 다 그림자처럼 쫓는 것은 해와 달처럼 빛나는 떳떳한 벼리입니다. 자신을 잊고 충을 따라, 그대들과 함께 일어날 것입니다. 꾀하지 않고도 이루어지고, 기약하지 않고도 만나리니, 누가 의를 향해 일어나려는 마음이 없을 것이며, 같은 소리가 서로 응하고[同聲相應],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하니[同氣相求], 모두 척사(斥邪)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갑오년(甲午) 12월 일. 진사(進士) 이문영(李文泳)

주석
창의응거표(倡義應擧表) 창의의 글제를 내걸고 과거에 응시한 표(表)라는 뜻. 1894년 7월 갑오개혁으로 과거제도가 폐지되었으므로 정식 과거시험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을 단위로 이 글제를 내걸고 시험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이 과거글을 뽑아 수록한 것으로 보인다.
봉호(蓬蒿) ① 쑥과 인진쑥. 일반적으로 풀무더기를 가리킴. ② 거친 들판이나 편벽한 곳을 가리킴.
추요(芻蕘) ① 풀을 베고 땔나무를 함. ② 풀을 베고 땔나무를 하는 사람. ③ 초야(草野)에 사는 사람. ④ 천박하고 비루한 견해. 흔히 자신에 대한 겸사로 쓰임.
양주·묵적[朱墨] 양주는 양자라고도 부르는데 자애설을 주장했고 묵적은 묵자라고도 부르는데 겸애설을 주장해서 맹자로부터 이단이란 지탄을 받았다.
임금도 모르고 아비도 모르는(無君無父) 서학, 곧 천주교를 지칭함. 천주교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아 아비를 업신여긴다고 보았고 창조주 아래 모두 평등하다고 가르쳐 임금을 업신여긴다고 보아 사설(邪說)로 다루었다.
오유선생(烏有先生)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허부(子虛賦)」 중에 나오는 가상의 인명으로, 그 뜻은 ‘없는 사람’이란 것이다.
정나라 못 환부[鄭澤萑苻] 환부(萑苻) : ① 못 이름. 『좌전(左傳)』 소공(昭公) 이십년(二十年)에 “정(鄭)나라에 도둑이 많아져 환부(萑苻, 갈대가 무성한 곳)의 못에 무리지어 살았다.(鄭國多盜 取人於萑苻之澤.)”라는 말이 있다. 이로써 후에는 환부(萑苻)를 도적이 출몰하는 곳이란 뜻으로 쓰고 있다. ② 도적을 가리킴.
순상(巡相) 이공(李公) 전라감사 이도재(李道宰). 순상은 감사의 별칭임.
게당(憩棠) 『시경(詩經)』 「소남(召南)」 감당(甘棠)에 “우거진 저 팥배나무 가지 찢지 말게. 우리 님 소백께서 쉬시던 곳이라네.(蔽芾甘棠 勿翦勿敗 召伯所憩.)”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주(周)나라 사람들이 소백(召伯)의 덕정(德政)을 생각하며 기린 송시(頌詩)이다. 이로 말미암아 훗날 게당(憩棠)이 지방관의 덕정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장강(長江)에 있는 듯하시고 진(晉)나라의 조적(祖逖)이 군사를 이끌고 북벌에 나섰을 때, 장강을 중간쯤 건널 무렵 배의 노를 두드리며 서서 맹세하기를, “중원(中原)을 소탕치 않고는 끝내지 않으리라.”라고 하였다.(『진서(晉書)』 「조적전(祖逖傳)」)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하니[同氣相求] 『역경(易經)』 건(乾)에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하니, …… 각각 그 부류를 따르는 것이다.(同聲相應 同氣相求……則各從其類也.)”라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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