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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흥덕행현감(興德行縣監)의 포고문(布告文)

의(義)에 의지하여 별시가 부끄러워 소청(掃淸)한 공훈, 이는 할 수 있지만 도(道)를 지키고 사악함을 배척하여(衛道斥邪), 어찌 쓸어 버리는 길이 없었다는 것, 이것은 어려웠을 것인가?
지금 동도(東徒)들이 미쳐 날뛰어 어리석은 백성들을 속이고, 선량한 양민을 해치며, 그들은 이미 벌떼나 개미떼처럼 무리를 이루었도다. 남쪽이 짓밟혀 명리(命吏, 수령)의 목숨을 거두고, 경사(京師, 경군)에 항거하니, 그 재앙이 홍수보다 심하도다. 그러니 그들 무리가 어찌 성문(聖門)의 난적(亂賊)일 뿐이리오? 실로 조정[朝家]의 깊은 걱정거리로다.
스스로 생각건대, 저력(樗櫟)과 같은 재목이요, 두소(斗筲)와 같은 식견을 지닌 자이라, 홀을 쥔 관리[笏官]의 임무를 감당할 수 없음이 마조(馬曹, 말먹이는 일을 담당하는 부서)에 있는 것과 비슷하나, 부신을 차고 근심을 나누어지닐 마음은 늘 상위(象魏, 宮室·朝廷)에 있는 것보다 간절하였도다. 산천이 온통 눈을 부릅뜨고, 천하의 모든 사람이 지닌 슬픔을 늘 품은 채, 밤낮으로 창자를 뒤틀며, 하릴없이 시절을 애달파하는 눈물을 뿌렸노라.
그런데 다행히도 성상(聖上)을 만나, 임금께옵서 팔역(八域)에 임하시어 5백 년의 종묘사직을 크게 이으시니, 자식처럼 뭇백성을 돌보시어, 다시 만억 년의 기업(基業)을 여셨도다. 만약 이미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 버렸다 하더라도, 장차 물불 속에서 건져질 것을 생각하노라[拯於水火之中].
이에 10줄을 세세히 쓰니, 신칙(申飭)하는 뜻이 아님이 없는 바, 만리(萬里)에 걸쳐 밝게 보도록 하여, 특별히 간절한[丁寧] 소식을 내리노라. 이에 명하노니 군사를 일으켜, 저들 구름과 무지개 같은 무리들을 끊어 버릴 것이요, 의(義)로써 저들의 죄상을 성토하여, 위엄을 우레와 천둥이 내려치듯 떨치라.
그러나 도내(道內)의 거괴(巨魁)들이 그 허물을 다 자복하지 않고 있나니, 그러므로 해안 으슥한 곳에 숨어 있는 간악한 무리들이 혹 다시 나쁜 마음을 품을 수도 있도다. 그래서 내 이르노니, 국내 모든 땅의 사람들이 신하 아닌 자 없으니, 어찌 유독 왕사(王師)에게만 노고를 끼치겠으며, 어진 하늘이 보고 있는 듯하니, 반드시 오도(吾道)를 밝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노라. 척촌(尺寸)의 공을 본받으려 생각하나 간성(干城)의 계책이 없음을 부끄러워하노라.
그런데 다행히도 여러 장보(章甫, 儒者의 冠, 儒者)들이 의사(義師, 의병)를 일으킴에 힘입어, 위로는 우리 성명(聖明)을 드러내고, 아래로는 적자(赤子, 갓난아이)를 지켜 기를 수 있게 되었노라. 때는 놓칠 수 없는 것, 지금이 진실로 크게 일어날 때로다. 소낙비가 쏟아지듯 몰아치면 누가 막아내겠는가? 이것이 우리가 공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다.
과(戈)라는 창과 모(矛)라는 창을 높이 들고 군사들에게 맹세하니, 대오가 정돈되고 행렬이 가지런하도다[止齊]. 필부필부(匹夫匹婦)가 복수하러 나서니 누가 감히 그들의 분기를 뛰어 넘으리오? 일개의 신하가 진실하기만 하고 다른 재주는 없으되[一介斷無他技], 과혁(裹革)의 참마음을 본받고자 하고, 여러 공[群公]이 뜻을 합쳐 승평(昇平, 태평)한 세상을 생각하니, 어찌 저들 무리의 진을 부술 계책이 없겠는가? 하물며 우리의 거사는 춘추(春秋)의 법도에 부합하여, 사람마다 죽일 수 있다는 명분을 얻었으며, 오래도록 요순(堯舜)의 시절을 바라고, 가가호호 봉지(封地)를 받을 공적을 이룰 만하도다. 이에 열읍(列邑)에 포고(布告)하노니, 뜻있는 자들은 마음을 합쳐야 할 것이로다.

갑오년(甲午, 1894년) 12월 일

주석
저력(樗櫟) ①『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목수 석(石)이 제(齊)나라에 가다가 곡원(曲轅)에 이르러, 사직단에 있는 상수리나무(櫟社樹)를 보았다. ……말하길, ‘말할 것이 못 되도다. 쓸모없는 나무이니, 이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을 것이고, 이것으로 관을 짜면 금방 썩어 버릴 것이며, 이것으로 그릇을 만들면 금방 깨질 것이고, 이것으로 문을 만들면 진액이 흘러내릴 것이며, 이것으로 기둥을 세우면 좀이 슬 것이다. 이것은 재목이 되지 못하니 아무짝에도 쓸 데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저력(樗櫟)’은 재능(才能)이 낮음을 비유한다. ② 스스로 겸양하는 말.
두소(斗筲) ① 『논어(論語)』 자로(子路) 제십삼(第十三)에 “(자공이) ‘요즘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 그 속이 좁고 자잘한 사람들을 따질 게 뭐 있는가?’라고 하였다.”라는 말이 있다. 두(斗)는 10되가 들어가는 용기이고, 소(筲)는 1말 2되가 들어가는 용기로서, 둘 다 작은 그릇이다. ② 사람의 재주나 식견이 얕음을 비유함. ③ 스스로 겸양하는 말.
장차 물불 속에서 건져질 것을 생각하노라[拯於水火之中] 『맹자(孟子)』 양혜왕(梁惠王) 장구하(章句下)에 “지금 연나라가 자기 백성들에게 포악하게 굴고 있었으니, 왕께서 가서 정벌을 하시자 연나라 백성들은 장차 자기들을 도탄에서 구원해 줄 것이라 여겼습니다.”라는 말이 있다.
대오가 정돈되고 행렬이 가지런하도다[止齊] 대오(隊伍)를 정돈하여 행렬(行列)을 가지런히 함. 『서경(書經)·』 목서(牧誓)에 “네 번 공격, 다섯 번 공격, 여섯 번 공격, 일곱 번 공격을 넘지 않고 멈추어 정돈할 것이다.”라는 것이 있다.
일개의 신하가 진실하기만 하고 다른 재주는 없으되[一介斷無他技] 『대학(大學)』 10장(十章)에 “「진서(秦誓)」 편에, ‘만약에 어떤 신하가 별다른 재능은 없지만 성품이 진실되고 한결같으면서 마음이 너무나 아름다워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을 정도라면,……”이란 말이 있다.
과혁(裹革) 과시마혁(裹屍馬革). 말가죽에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충성스럽고 용감하여 두려움이 없고, 전장에서 전사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냄.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에 “지금 흉노(匈奴)·오환(烏桓)이 오히려 북쪽 변방에서 요란을 떨고 있으니, 스스로 나아가 치겠다고 하며, ‘남아라면 마땅히 변방의 들판에서 죽어 말가죽에 시체를 싸고 돌아와 무덤 속에 들어갈 일이지, 어찌 침상 위에 누워 아녀자의 손 아래 시중을 받겠는가?’라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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