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덕유생강영중등부복상서(興德儒生姜泳重等俯伏上書)
흥덕(興德) 유생(儒生) 강영중(姜泳重) 등은 원수(元帥)의 절월(節鉞) 아래에 상서(上書)하옵니다.
삼가 알립니다. 저희들은, 하늘이 내린 떳떳한 도리는 사람마다 지닌 변하지 않는 성품으로, 만고에 걸쳐 바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전라도(全羅道)의 백성들은 동도(東徒)들로부터 굴레를 쓰고, 동도들로부터 협박을 당하여 그 떳떳한 도리의 성품을 다 잃게 되었은즉, 이것이 지금 통곡할 만한 첫 번째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그들의 본성이 그러하여 그런 것이겠습니까? 우러러 하늘의 태양을 보고 슬퍼하며, [떳떳한 도리를 잃게 한 죄에 대한] 형벌을 기다린 지 몇 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응달진 기슭에 봄볕이 들 듯이 다행히도 뜻하지 않게 다시 보게 된 것은, 왕사(王事)가 쓰러지고 물러진 때[靡盬之地]에 의로운 군대[義旅]가 향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히 성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연명(聯名)하여 우러러 부르짖사온즉. 본(本) 관가(官家)에서 본읍(本邑)과 고창(高敞)·무장(茂長) 세 읍에 장관(將官)의 직첩[帖]을 차하(差下, 벼슬을 내림)하시어 다행히도 이 백성들로 하여금 나란히 그 자리에 올라[竝奠厥居] 세세토록 그 은택을 기리게 하시길 천만 번 간절히 원수(元帥)의 절월(節鉞) 아래 기원하며, 처분(處分)을 기다리옵니다.
갑오년 12월 일
진사(進士) 김상환(金商煥)
감찰(監察) 신종관(愼宗寬)
진사(進士) 이병광(李秉光)
진사(進士) 이가풍(李可豐)
유학(幼學) 백낙현(白樂鉉), 백연수(白練洙), 조형승(曺衡承)
전첨사(前僉使) 박내민(朴來敏)
오위장(五衛將) 진상규(陳常圭)
유학(幼學) 고용진(高龍鎭), 박윤화(朴胤和), 최영섭(崔榮涉) 등.
양호순무선봉(兩湖巡撫先鋒) 압(押).
제(題)
인근의 읍들이 모두 비었는데, 유독 외로운 성을 온전히 지키고 있어 이웃 고을에서 다 기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익히 들었다. 그러나 벼슬을 내려 달라는 청[差請]은 마땅히 전보(轉報, 옮겨 보고할 것)해야 할 일이다.
초7일 장성(長城)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