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령(密令)
이서면(二西面) 용산(龍山)의 강영중(姜泳重)·박윤화(朴胤和), 고창(高敞) 대아면(大雅面) 갑평(甲坪)의 강수중(姜守重)에게 내린 밀령(密令)은 다음과 같다. 지금 곧 듣건대 전적(全賊, 전봉준)이 패주하였다 하니, 왕사(王師)가 전라도 경내[全羅境]로 들어가면 너희 백성들이 아마도 살아날 수 있는 때를 만날 것이다. 그러나 손적(孫賊, 손화중)은 아직까지 그 기세가 치성하니, 생령(生靈)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없고, 관(官)은 국가적 근심[國憂]에 늘 연애(涓埃)의 탄식이 있는 바, 적도(賊徒)들이 패배하여 흩어지는 날, 만약 평민들을 살상하는 폐단이 일어난다면 관(官)에서 뜻하지 않은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너희들은 일제히 대의(義)를 향해 달려 나가 흩어진 적들을 잡아 죽일 것이로되, 먼저 자신의 몸을 보호할 것이며, 만약 별 일 없이 지내게 될 때라도[坐全之機] 각자 자리를 지키면서 지휘를 기다릴 것이로되, 만에 하나라도 기밀이 새어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함이 마땅할 것이다.
갑오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