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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고창유생진사김영철등상서(高敞儒生進士金榮喆等上書)

고창(高敞) 유생(儒生) 진사(進士) 김영철(金榮喆), 유학(幼學) 유광희(柳光熙)·이석구(李錫九), 흥덕(興德) 유생 진사 김상환(金商煥), 전감찰(前監察) 신종관(愼宗寬), 유학 최영섭(崔榮涉) 등이 삼가 목욕재계하고 흥덕성주(興德城主) 합하(閤下)께 상서(上書)하옵니다.

삼가 알립니다. 저희들은 어려움에 처하여 의(義)를 생각하고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은 군자(君子)의 무리요, 이로움을 보고 탐심을 내며 자신의 명성을 돌아보지 않는 것은 소인(小人)의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럽니까? 아! 저들 동적(東賊)의 난(亂)은, 위로는 국가에 근심을 끼치고, 아래로는 생령(生靈)들에게 원한을 쌓고 있습니다. 무릇 기개와 절개가 있는 사람들이 가슴을 치면서 통곡하고 있는 것이 몇 개월째인지 모릅니다. 벌떼나 전갈과 같은 저들의 독과 살무사나 벌레와 같은 저들의 해악은 낱낱이 다 들 수 없으나 그 대략이나마 논하여 들어 보려 합니다.

오늘날의 동학(東學)은, 곧 동방(東方)의 성학(聖學)을 모조리 말살하려는 사학(邪學)입니다. 그러나 이단의 설이 있은 연후에 맹자와 같은 아성[孟聖]이 이단의 설을 막고 오도를 존치시킬 도[遏存之道]가 드러나는 것이며,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우뚝 솟아 굳게 서 있는 풀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그래서 저희 선비들이 비록 넉넉한 배움은 없다 할지라도 하나의 지조와 하나의 절개는 지니고 있은즉 가히 군사들 속에 설 수 있을 것이며, 저희 문인(門人)들이 비록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용기는 없다 할지라도 특별한 의기와 크나큰 담량[特義大膽]은 지니고 있은즉, 반드시 이 시절에 맞는 공을 세울 것입니다. 지금 그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있으니, 곧 흥성(興城, 흥덕)의 사인(士人) 강영중(姜泳重)·박윤화(朴胤和), 모양(牟陽, 고창)의 사인(士人) 강수중(姜守重)입니다. 그들의 의기와 담량[義膽], 기개와 절조[氣節]는 일반 서생(書生)의 무리와 같이 논할 수 없는 바로서, 족히 오늘날 의거(義擧)한 천 명의 사람들 중에서 장수의 재목감이 될 만하다 할 것입니다.
지난 9월부터[九月良中] 가표(家表, 가정에 있는 물품)을 찍어내 통문을 돌리고[發通] 대의를 위해 모여든 자들이 이미 수십에서 백에 이릅니다. 그런데 모양(牟陽)과 인근의 여러 읍은 관아가 다 오래도록 비어 있었기 때문에 평민(平民)들의 마음이 다 합하(閤下)께 의지하고 있사오나, 흥성(興城)은 합하(閤下)께서 임지에 도착[下車]한 후에 이교(吏校)·노령(奴令)들이 옛것을 겨우 보존하고 있었으나 외로운 성의 형편이 마치 쌓아 놓은 계란과 같았고, 양민들은 얼음 속 물소리를 의심하는 여우처럼 믿지를 못하며[氷狐], 관(官)에서는 정령(政令)을 내릴 겨를이 없어 백성들에게 마땅한 직분을 내려주지 않고 있을뿐더러, 늘 저들[동도들]은 수가 많고 우리는 수가 적다는 것을 염려하고, 또한 손에 쥔 병장기가 없음을 걱정하여 곧바로 떠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의 일의 형편[事機]을 논한다면, 적을 토벌할 계책[討賊之計]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 이 세 사람을 먼저 장수로 차출하여 임명한다는 글을 내어 여러 읍들이 같은 소리를 내어 대의를 향해 모여들게 한다면 군사가 적다는 것이 무슨 걱정거리가 되겠습니까? 둘째, 도착하는 곳마다 적의 무리들을 베고 그들의 무기[砲鎗]를 빼앗는다면, 군기가 없다는 것이 무슨 걱정거리가 되겠습니까? 셋째, 그들의 소굴을 부수고 그들이 쌓아 둔 곡식을 취한다면 양식이 없다는 것이 무슨 걱정거리가 되겠습니까? 우리들의 장수를 택하고, 우리들의 군사를 모으며, 저들의 병장기를 빼앗고 저들의 곡식을 도모한다면, 또한 토벌하여 평정치 못할 것이 무슨 걱정거리가 되겠습니까?
가만히 저희들이 생각해 보니, 수백 명의 인사들은 다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대의를 취하려는 사람들입니다. 하늘의 빛[霄旰]을 향해 두 손 모아 빌며, 저희들이 일제히 일어나도록 하는 밀령(密令)을 기다리고 있사온데, 보아하니 지금 적들의 기세는 더욱 불어나 심지어는 장리(長吏)를 죽이고, 군현(郡縣)을 함몰시키며, 성곽과 해자[城池]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구나 동적(東賊)의 거괴(巨魁) 차치구(車致九)는 관아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고, 그 말이 윤리를 무너뜨리고 있은즉, 사세가 심히 민망하온 바 급히 병사를 내어 신속히 도모해야 할 것은 바로 이때라고 여기옵니다.

저희들은 일제히 일어나 합하(閤下)를 따라 절제(節制, 군사지시)를 받고, 노고를 나누며, 같이 사력을 다 바쳐 위로는 국가를 위하여 적을 토벌하고, 아래로는 생령들을 위하여 해악을 없애고자 원하옵나니 어찌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통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에 감히 목소리를 모아 우러러 부르짖사오니, 위에서 밝힌 강영중(姜泳重)·박윤화(朴胤和)·강수중(姜守重) 세 사람을 차출(差出)하시어 흥성(興城)·모양(牟陽)의 장수로 임명하시고, 각 읍의 의사(義士)들을 모아 난을 일으킨 적들을 소멸하여, 거듭 성학(聖學)을 드러내어 다시 승평(昇平, 太平)한 세상이 되기를 천만 번 축수하오며, 성주합하(城主閤下)께 간절히 기원하옵니다.

갑오년(甲午, 1894년) 11월 일
창의소(倡義所)고창(高敞) 진사(進士)    김영철(金榮喆)
              유학(幼學)    유광희(柳光熙), 이석구(李錫九)
              전정언(前正言)  정규삼(鄭奎三)
              유학(幼學)    강규중(姜奎重),유지보(柳志普), 박종구(朴宗九), 김상준(金相晙), 유준철(柳浚喆), 정인철(鄭仁哲)
                       김기은(金箕殷), 신도균(申燾均), 이풍영(李豐 榮), 유상기(柳相基), 김상렬(金相烈), 유연익(柳衍翼) 등
                       김기홍(金箕弘), 박운종(朴運鍾), 이길의(李吉儀), 최규섭(崔奎涉), 박추화(朴錘和), 김봉섭(金鳳燮).

흥덕관(興德官) 압(押)
흥덕(興德)진사(進士) 김상환(金商煥), 이회백(李會白)
전감찰(前監察)    신종관(愼宗寬), 임경호(任燝鎬)
유학(幼學)      최영섭(崔榮涉), 백낙현(白樂鉉).

제(題, 결정문)

임지에 다다른 이후에 그 사람들을 한 번 보고는 이미 마음속으로 허락하였으나, ‘의병장으로 임명해 달라는 청’은 내 멋대로 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으니, 곧 왕사(王師)가 경내에 도착하는 날, 마땅히 대면하고 말씀을 드릴 방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비밀을 발설하지 않도록 하고, 더욱 격려하여 가만히 앞으로 있을 일을 미리 준비하도록 하라.

15일 장(狀).

주석
여우처럼 믿지를 못하며[氷狐] 『안씨가훈(顔氏家訓)』 서증(書證)에 “여우는 의심이 많아서 강의 얼음이 단단히 얼어서 흐르는 물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다음에 강을 건넌다(狐之爲獸 又多猜疑 故聽河冰無流水聲 然後敢渡.)”라는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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