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임[附]
밀조 [密詔]
국왕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아! 슬프도다. 내 죄가 가득차서 황천(皇天)도 돕지 않네. 국세(國勢)가 무너지니 백성들이 도탄(塗炭)에 빠졌네. 이로 말미암아 강린(强隣)이 틈을 엿보고 역신(逆臣)이 권력을 희롱하네. 하물며 내가 머리카락을 자르고 면류관을 훼손하니 사천년 예의의 나라가 지금 내 몸에 이르러 하루아침에 오랑캐 나라가 되었네. 슬프다. 억조창생(億兆蒼生)이 모두 그 화(禍)에 걸렸으니 내가 무슨 얼굴로 하늘에 계신 열성(列聖)의 신령을 뵙겠는가. 지금 형세가 이미 여기에 이르렀으니 내 죄는 한 사람의 하나의 실낱같은 목숨이라 아깝지 않네. 오직 종사(宗社)와 생령(生靈)을 생각하여 구차하게 혹 만일을 위해 보전한다네. 힘쓰는 충의(忠義)로운 선비들을 위하여 이 애통한 조(詔)를 내린다.
영의정 김병시(金炳始)를 도독찰사(都督察使)로 삼아 중외를 진무(鎭撫)하고, 진사 계국량(桂國樑)을 감의군지휘사(監義軍指揮使)로 삼아 7로(七路)를 근왕(勤王)하고, 호서(湖西)를 충의군(忠義軍)으로 삼고, 호남(湖南)을 분의군(奮義軍)으로 삼고, 영남(嶺南)을 장의군(壯義軍)으로 삼고, 관동(關東)을 용의군(勇義軍)으로 삼고, 관서(關西)를 강의군(剛義軍)으로 삼고, 관북(關北)을 돈의군(敦義軍)으로 삼고, 해서(海西)를 효의군(效義軍)으로 삼아 의려사(義旅士)를 창립(倡立)하며, 아울러 초토사(招討使)를 제배(除拜)하여 밀부(密符)를 마땅히 보내주고 인신(印信)도 아울러 스스로 새겨서 일을 처리하라. 관찰사와 군수 이하는 너희가 스스로 뒤따르는 뛰어난 용사(勇士)와 양가(良家)와 재주 있는 관리를 택하고 아울러 소모사(召募使)를 제배하며, 상을 줄 만하면 상을 주고 벌을 줄 만 하면 벌을 주라. 흉년이 특히 심한 읍은 금년 전조(田租)의 반을 감해주라. 단발령을 우선 금지하여 민생을 안정시키고, 연리(掾吏)는 그 수를 줄인다. 아울러 구례(舊例)를 복구한다. 수령의 명을 따르지 않는 자는 패(牌)를 내어 처분을 기다려라. 모든 잡범(雜犯)과 사죄(死罪)는 아울러 사면하고, 어지러이 나오는 새로운 법령도 아울러 시행하지 말라. 이후로는 곤외(閫外)의 일은 모두 스스로 처리하고 기보(畿輔)의 일로(一路)는 순의군(殉義軍)을 삼는다. 나는 마땅히 사직을 위해 죽을 것이니 중외의 의로운 선비들은 각각 본받아라. 오직 한결같은 마음으로 종사(宗社)와 생령(生靈)을 위할 것을 생각하니 이러한 내용을 널리 알려 모두 알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