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세개의 관사에 조회 [右政府照會於袁館]
조회(照會)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전라도가 관할하는 태인과 고부현 등은 민습이 흉악하고 성정이 교활하여 평소에 다스리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근래에 동학교에 빌붙은 비도가 무리 10,000여 명을 모아 현과 읍 10여 곳을 공격하여 무너뜨리고, 지금 다시 북쪽으로 올라와 전주지역을 함락시켰습니다. 이전에 정예군을 보내 토벌과 위무를 하였으나, 그 비도들이 끝내 죽기를 각오하고 저항해서 정예군이 패배하여 많은 포와 무기를 버리고 물러나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이 흉악하고 완악한 자들이 오랫동안 소란스럽게 할 것 같아 매우 근심스럽습니다. 더욱이 지금 한성(漢城)과의 거리가 겨우 4백 몇 십리입니다. 만약에 다시 북쪽으로 올라오는 것을 방치한다면, 기보(畿輔), 경기도가 어수선해져서 손해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새로 조련한 수군(水軍)의 현재 숫자로는 겨우 도회(都會)를 지킬 수 있을 뿐이고, 또한 전쟁에서 진법을 해보지 않아 그들을 써서 흉악한 적을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그들이 불어나서 시일이 오래되면 청국 병사에 근심을 끼쳐 대신 평정을 해야 하기에 구원병을 청하려고 합니다.
귀국의 통리(統理)가 빨리 전보로 북양대신(北洋大臣)에게 간청하여 병사 몇 부대를 보내어 대신 그들을 토벌하고, 아울러 우리나라의 병사와 장수로 하여금 따라다니며 군무를 익히게 해서 장래에 호위하는 계책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사나운 비도를 섬멸하는 대로 철군을 요청하고 감히 연장을 청하지 않도록 하여 천병(天兵), 청나라 병사이 밖에서 오랫동안 고생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이에 귀국의 총리께서 빨리 계획하여 급박함을 구제해주시기를 요청하고 간절히 기다립니다. 반드시 조회(照會)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