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二十七日] 윤음(綸音)
전교하기를, “내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걱정하고 애쓰는 것은 백성을 위한 한 가지 일인데, 백성이 더욱 곤궁하여 곳곳마다 소란스럽고 헛소문이 퍼진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폐단이 되는 단서는 나도 종종 들은 것이 있다. 주로 탐관오리가 백성을 사랑하지 않고 도리어 침탈하여 백성으로 하여금 생업에 편안하게하지 못하고 압박하여 이런 지경에 이르게 한 데서 연유한다. 보고를 듣는 대로 탐관오리를 내쫓아서 하루라도 지체하여 한 가지의 피해라도 더하지 않게 하라. 가장 불선(不善)한 자에게는 해당 형률로 엄중히 징계하여 민심에게 사죄하게 하라.
호우(豪右)가 이유 없이 관장(官長)을 위협하거나 저 무고한 사람들을 살 수 없게 하면 잡아다가 단속해야 한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부축하여 궁박한 집을 호구(戶口)로 편입하여, 바쁘게 그들을 받아들여 깃들게 하는 것에 힘쓰고, 혹시라도 소민(小民)이 어리석게 무리를 모아 소란을 피워 명분을 훼손하는 것도, 또한 금지하고 다스려야 한다.
또 나라의 조세는 소중하니 비록 한줌이라도 경솔하게 하지 말라. 늘리는 것 또한 조정에서는 알지 못하는데, 탐관오리가 제멋대로 더 거두어 토지 1 결에 많게는 원총(原摠), 원래의 결수보다 2배나 4배가 되게 하여, 농민이 일 년 내내 고생을 해도 항아리에 남는 것이 없고, 비록 풍년을 만나도 조세를 내기에도 충분하지 않아서, 백성이 뿔뿔이 흩어진다. 관리로서 이런 짓을 한 자가 단지 백성을 학대한 것이 아니라고 하니, 과연 국법이 있는 것을 아는 것인가? 원결(原結) 이외에 지금 더 거둔 것이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여 그들이 범한 죄목을 엄중하게 논해야 한다. 무명잡세(無名雜稅)를 무수히 요구하여, 한 가지 물건에 도장을 찍으면 색목(色目)이 실처럼 뒤섞이고, 배 1척이 경계를 넘으면 항구의 수문에 바둑처럼 섞여서 상민(商民) 모두 괴로워한다. 재원이 줄어들고 교역이 막히는 것이 날로 더해지고 값이 폭등해지니 일체 폐지해야한다.
이러한 민폐들을 수령이 된 자가 생각하지 않고, 나의 백성을 위한 고심을, 자신을 구제하는 사사로운 계획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하니, 이를 생각건대 차라리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것을 감찰하여 두루 살피는 것은 지방관의 책임이다. 지금 민심이 시끄럽고 어지러워 채방(採訪)을 기다리지 않아도 소문이 낭자하여 내 스스로 금지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용하여 한 번도 등문(登聞)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어찌 임금의 뜻을 널리 알리는 의[對揚]이겠는가? 그 개탄스러움은 해당 수령에게 원인이 있지만 또한 묘당에도 있다. 살피고 감독하여 그들이 직임을 하지 못한 것을 크게 징계하고 폐단을 엄중히 고치는 것은 바로 단행할 수 있고, 품재(稟裁)할 수가 있다. 빨리 시행하되 천천히 하지 말라. 아울러 이런 뜻을 엄중히 관찰사에게 지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