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5일 술각의 전보 [初五日戌刻 電報]
동학배 본읍 포고문 무장[東學輩本邑布告文茂長]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것은 인륜(人倫)이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은 인륜 중에 제일 큰 것으로 임금이 어질고 신하는 곧으며 아버지는 자애(慈愛)롭고 자식은 효성스러운 뒤에야 나라와 집안을 만들 수 있고 끝없는 복에 다다를 수 있다. 지금 우리 임금은 인자하고 효성스러우며 신(神)처럼 밝고 성인처럼 슬기로워서 현명한 신하가 보좌하면 요순(堯舜)의 교화와 한나라 문제와 경제의 정치를 날을 꼽아 바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신하는 보답할 생각을 하지 않고, 단지 녹봉(祿俸)만을 도둑질하며 임금의 총명을 가리고 아부하면서, 충직한 선비의 말을 ‘요언(妖言)’이라고 하고 정직한 신하를 ‘비도(匪徒)’라고 한다. 그래서 안에서는 나라를 보필할 인재가 없고 밖에서는 백성을 침탈하는 관리가 많아서, 인민(人民)의 마음은 날로 더욱 변하였다.
집에 들어가서는 삶을 즐겁게 할 생업이 없고 나가서는 몸을 보전할 계책이 없는데, 학정(虐政)이 날로 심하여 원성이 서로 이어졌다. 임금과 신하의 의리, 아버지와 자식의 윤서(倫序), 상하(上下)의 분별이 마침내 무너져서 남아있는 것이 없게 되었다. 관자(管子)가 말하기를, “사유(四維)가 펼쳐지지 않으면 나라가 바로 멸망한다”라고 했는데, 지금의 형세는 옛날보다 더하다. 공경(公卿)이하부터 방백(方伯)과 수령(守令)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위태로움을 생각하지 않고 대부분 자신을 살찌우고 집안을 윤택하게 하는 꾀만을 도모한다. 관리를 선발하는 과거를 재물을 낳는 길로 보고 시험에 응시하는 곳을 교역(交易)하는 장소로 만들어, 허다한 뇌물을 임금의 창고에 들이지 않고 도리어 자신의 창고를 채운다. 나라에 빚이 쌓여도 보답할 생각을 하지 않고 교만하고 사치하며 음탕하여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것이 없다.
팔도(八道)가 어육(魚肉)처럼 죽었고 백성들이 도탄(塗炭)에 빠진 것은 수령의 탐학에 참으로 이유가 있으니, 어찌해서 백성이 곤궁하지 않겠는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깎이면 나라가 피폐해진다. 그런데도 나라에 보답하고 백성을 편안히 할 방책을 생각하지 않고, 밖으로 향제(鄕第)를 세워 자신만을 온전히 할 방도를 도모하며 단지 녹봉과 자리를 도둑질하니, 어찌 이치에 합당하겠는가? 우리들은 비록 초야(草野)의 유민(遺民)으로 임금의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 임금의 옷을 입고 있으나, 국가의 위태로움을 앉아서 볼 수가 없다. 팔도가 마음을 함께하고 모든 사람들이 의논하여, 지금 의로운 깃발을 들고 보국안민(輔國安民)으로 생사(生死)를 맹세하였다. 지금의 상황이 비록 놀라움에 이어지고 있으나, 절대로 두려워하거나 동요하지 말고 각자 그 생업을 편안히 하고 태평성대를 함께 축원하면서, 날마다 달마다 모두 임금의 교화를 아름답게 여긴다면 매우 다행스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