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임진 [十六日 壬辰]
전동 민판서 댁에 전보하기를, “본관 어르신은 평상시에 잘 다스려서 백성들이 신뢰하였는데 새로운 감사가 갑자기 파직을 논함은 과연 규정 밖에서 나온 것임을 누차 언급하였으나, 전례(前例)가 있는 일이라고 핑계대면서 요청을 들어 주지 않고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전주부는 난리를 겪고 난 뒤 만약 본관 어르신이 아니면 백성들의 마음을 모아 안정시킬 수 없습니다.
백성들은 판관이 바뀐다는 말을 듣고 몇 만 명이 모여 온 경내가 소요스러워 거의 농사를 폐기하다시피 하니 지금 만약 바뀌어 돌아가면 온 고을이 어느 지경에 이를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백성과 나라에 관계되는 큰일이니 일정하게 격식을 갖추는 예로써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되므로 만 번 헤아려 잠시 이번 일을 멈추는 전보를 위에 급히 아뢰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내서에서 내려온 전보에 이르기를,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은 단서가 있다. 심영의 장병은 전주의 군영에 주둔시키고, 기영의 장병을 서울에 올라가게 할 내용으로 지휘함이 타당하다. 16일 인시(寅時, 오전 3∼5시)”라고 하였다.
내서에 전보하기를, “전주부 안팎과 각 읍에서 화재를 당한 가옥을 조사하였더니 1,500여 호였습니다. 지금 궁내에서 내려주신 은전이 있다면 물자가 많고 적음이 있지 않고, 모두가 삼가 천은(天恩)으로 받들었습니다. 엽전 10,000냥을 내려준다면 각 읍과 전주부에 대략 나누어 주어 집을 짓는데 쓸 것입니다. 삼가 헤아려 주십시오.
순변사와 기영의 장병은 배편으로 올려 보내고 심영의 장병은 전주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합당한 일이오니 이를 초기한 연후에 소신이 대략 일을 마친 뒤에 충청도로 향할 계획입니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