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7일 계미 [初七日 癸未]
공사청에 전보하기를, “어제 미시에 적이 두 사람을 보내어 귀화하게 해달라고 호소하면서 비록 물러가 해산하려고 해도 거리에서 사람들이 구타할까 염려가 된다고 하기에 양민으로 적의 협박에 못 이겨 따른 자는 마땅히 논하지 않을 뜻으로 타일러 보냈습니다. 새로 온 전라감사는 끝내 아직 오지 않았고 지금 삼례역(參禮驛)에 있습니다. 순변사도 아직 도착하지 않고 포와 실탄은 시급합니다. 염찰사는 어제 왔다가 삼례로 돌아갔습니다”라고 하였다.
내서로부터 하달한 전보에 이르기를, “비록 애걸하면서 살려주기를 구하더라도 적의 심정은 믿기 어려우니 세밀하고 견고하게 포위하여 방어함이 타당하다. 청나라 군사는 어제 먼저 하륙하여 전진하면서 형세를 관망할 뜻으로 원세개의 공관에 통보하였다. 어제 아침의 전보는 받아 보았는가?”라고 하였다.
혜당댁으로부터 온 전보에 이르기를, “밤비가 계속하여 내리는데 장병들이 노숙하니 매우 걱정스럽다. 황우 5마리와 백미 10석을 전보로 의탁하니 완백은 이를 찾아 장병들을 위문하고 내 말로서 한 사람 한 사람 음식을 대접한 뒤에 잘못을 바로 잡도록 하라”고 하였다.
금영으로부터 온 전보에 이르기를, “곧 탐문한 군교(軍校)의 보고를 보니 청국의 섭통령(聶統領, 섭사성)이 보병 1,000명을 거느리고 상륙하여 아산읍으로 향하고, 마군(馬軍) 100명과 섭제독(葉提督, 섭지초)이 거느린 보병 1,500명과 마군(馬軍) 150명이 오늘 상륙한다고 하니 매우 답답합니다. 밤비는 비록 단비이지만 진중에 노숙하는 군병들이 어떻게 밤을 새우는지 옷이 젖어 떠는 모양은 절실히 마음이 아픕니다. 적도의 정형은 어떠한지 자세히 알리도록 하시오”라고 하였다.
금영에 답전하기를, “청국 군사가 상륙하여 유진한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적도들은 초 3일에 대패한 뒤에 기운이 위축되어 연일 살려주기를 애걸합니다. 그러나 진정이 아닌 듯하니 그 말을 깊이 믿을 수 없습니다. 순변사는 어느 날에 도착합니까?”라고 하였다.
금영으로부터 온 전보에 이르기를, “일간에 동정은 어떠합니까? 지금 교동의 전보를 보니 청나라 군사는 육지에 내렸을 뿐이요 진군하지 말라는 뜻으로 원세개의 공관에 ≪전보로≫왕래하였다고 하고 순변사는 진군하여 아군과 합세하여 토벌하되 적을 경시하지 말라는 뜻으로 순변군에 전보를 하였으니 이런 줄 알고 정형을 계속 알려주십시오”라고 하였다.
공사청에 전보하기를, “여러 차례 접전할 때 적의 무리 중에 용맹스럽고 힘 있는 자를 격살한 것이 태반이나 됩니다. 지금 성안에 점거하고 있는 자는 모두 남은 무리라고 하는데, 수가 아직도 적지 않습니다. 성의 주위 10여리에는 기영의 군사가 아직 오지 않아 군사가 적어 포위하기가 어려우니 비록 요새의 길을 막고 차단하더라도 밤에는 빠져나가 도망치는 자가 많고 쓸데없이 여러 날을 보내고 있어서 성안에 남아 있는 적도들을 전부 놓칠까 두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속히 운제(雲梯, 사다리)를 만들어 성을 넘어 들어가 섬멸할 계획입니다”라고 하였다.
혜당에 답전하기를, “밤비가 연이어 퍼부으니 옷이 흠뻑 젖어서 걱정스럽습니다. 내려 보내신 소 5마리, 쌀 10석을 삼가 하교하신대로 마련하여 노고를 위문하였으며, 얼굴을 맞대고 타이르고 음식을 대접하였습니다. 적의 정세를 살피건대, 근일에는 살려주기를 애걸하고 있으나, 그들의 뜻을 헤아리기 힘듭니다.
이번 성안에 진을 치고 있는 자들의 숫자는 아직도 적지 않고 성의 둘레가 10여 리인데, 기영의 군사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군대의 수가 적어 포위하기 힘듭니다. 비록 요로를 막아도 밤에 빠져 나가는 자가 많고, 쓸데없이 여러 날을 보내면서 시일을 오래 끌게 되니, 성에 남아 있는 적들을 모두 잃게 될까 두렵습니다. 그러므로 급히 사다리를 만들어서 성을 넘어 적을 토멸할 생각입니다”라고 하였다.
금영에 전보하기를, “요즈음 적의 동정은 귀화하기를 애걸하지만 야간에 도망치는 자가 많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청나라 군사가 상륙을 하면 그들을 접대하는 일이 극히 어려울 것입니다. 오고 오지 않는 것은 조정의 처분에 달려 있으나 아무튼 이곳의 동정을 보고 출발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비가 내리는 일이 계속 되니 온 장병들의 젖는 것이 걱정스럽습니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