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의 호소문 [彼徒訴志]

우리들도 또한 선왕의 유민(遺民)이니 어찌 바르지 못한 마음으로 위를 범하려는 마음을 가지면서 천지 간에 호흡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우리들의 이 거사는 놀라운 일이지만 군사를 동원하여 백성들을 도륙한 것은 누가 먼저 하였습니까? 옛날 관찰사가 허다한 양민을 살육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우리들의 죄악만을 말합니다. 교화를 펴는 관찰사와 백성을 기르는 수령이 오히려 양민을 많이 죽였으니 죄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가짜 관인으로 방문을 부치는데, 그 관인을 도장이라 할 수 있습니까? 태공(太公)을 받들어 나라를 감독하게 함이 이치가 마땅한데 어찌하여 불궤(不軌, 역적)의 살해라고 합니까? 선유(宣諭)하는 종사관을 살해하였으나 윤음은 보지 못하고 다만 적을 토벌하기 위하여 군사를 모집한다는 문자만 보았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완영에다 대고 대포를 발사한 것을 도리어 우리들의 죄라고 말하는데, 사또≪홍계훈≫께서 대포를 발사하게 하여 경기전을 훼손한 것이 예사로운 일이며 가한 일입니까? 군사를 동원하여 죄를 묻는다고 하면서 무죄한 백성들을 살해함이 가합니까? 성에 들어가 병기를 수집한 것은 몸을 방어하고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원한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보복하고, 그들의 묘를 파고 재물을 토색질하는 짓은 우리들이 가장 미워하고 금하는 것입니다. 탐관이 비록 학정(虐政)을 하지만 나라에서는 듣지 못하고 백성들이 보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탐관들을 하나하나 베어 없애는 것이 무엇이 죄가 됩니까?

완산은 나라의 중한 곳이거늘 봉산(封山)에 진을 쳤고 산을 훼손하는 일은 법에서 금하였거늘 합하(閤下, 초토사)께서 고의로 범하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느끼고 깨우쳐 속죄해야 할 방법은 합하께서 선처하여 임금께 보고하는 것이니, 우리 백성들을 한번 돌아보기를 바랄 뿐 입니다. 우리의 말은 여기에 그칩니다.

1894년(甲午) 5월 초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