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淸國) 두품정대(頭品頂戴) 기명제독정임(記名提督正任) 산서태원(山西太原) 총진통령(總鎭統領) 여방회련마보등영(廬防淮練馬步等營) 하도융아파도노(巴圖隆阿巴圖魯) 섭사성(聶士成)에게 답하는 글
-개국 503년 갑오 6월 5일, 관찰사를 대신하여 짓다-
조선국 전라도관찰사 겸 도순찰사(都巡察使) 친군무남영외사(親軍武南營外使)가 이문(移文)을 회답합니다. 지금 귀국의 통령(統領)이 전해준 편지에 말한 것들을 보고 자문을 받아보니, 본 지방의 교비(敎匪, 동학농민군)들이 부적과 주문의 술법과 허황되고 망령된 말로 어리석은 백성들을 현혹시켰습니다. 그 무리들이 부지불식간에 싹튼 것이 지금 30여년이나 되어, 동남(東南)의 여러 도(道)에 두루 가득합니다. 이에 불법을 자행하는 무리들이 위협에 못이겨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믿고서 암암리에 다른 도모를 품어 온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고부군(古阜郡)에 소동이 생기자 때를 틈타 투합하여 여러 고을의 무기를 훔쳐 도륙하고 공격하여 겁탈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지 않는 짓이 없었습니다. 그들의 말은 비록 원통함을 빙자하고는 있지만, 그들의 마음은 실로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지난번 전주(全州)에서 흩어진 뒤로 당신의 군대가 온다는 말을 듣고 전라좌도 일대에서 잔당들이 잔뜩 겁을 먹고 불만을 누그러뜨렸습니다. 그래서 거듭 번거롭게 효유문을 내리자 하루아침에 병기를 풀었습니다. 이는 진실로 대군(大軍)이 경계에 임하고 은혜와 위엄을 아울러 행하여, 이미 이루어진 데서 난리의 싹을 꺾고 스스로 반성하고 새로워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준 것입니다. 그러니 진실로 당신의 군문(軍門)에서 올바르게 처리하지 않았었다면 어찌 이런 것을 이룰 수 있었겠습니까?
대개 이 무리들이 교화가 되지 않으면 적으로 여길 것이며, 귀순하면 백성으로 여길 것입니다. 본 관찰사가 일찍이 어루만지고 안심시키는 정사를 베풀어 악을 제거하여 선으로 나아가도록 해서 자신들의 일에 편안하게 하려 하였습니다. 나머지 상황들은 다시 군더더기 말을 허용치 않고 장차 뒤이어 일어나는 소동을 제거하고 기미를 보아 처리하면서 안팎으로 상응하여 글을 갖추어 삼가 이문을 올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