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 [公文]
전라감영총서시 [全羅監營總書時]
도내(道內) 난민에게 내리는 효유문[曉諭道內亂民文]
-개국 503년(1894) 갑오 4월, 관찰사를 대신하여 짓다-
본 관찰사가 불일내로 사조(辭朝)하고 급히 말을 몰아 길을 나선 것은 단거(單車)로 너희들에게 가서, 내가 임금께 연이어서 받은 너희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윤음(綸音)과 은혜로운 하교를 하나하나 선포하여, 너희들의 오랜 허물을 씻어내고 너희들의 원통한 고통을 풀어주려는데 있다. 그래서 반드시 너희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곳에 두려는 성상(聖上, 임금)의 뜻을 밝히고자 한다. 본 관찰사는 반드시 성상의 진정한 뜻을 받들어 너희들 모두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각자 자신의 삶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런데 본 관찰사가 천안(天安)에 이르러 장성(長城)의 소식을 듣고,
너희들이 신임 관찰사에게 원통함을 하소연한 것은 무슨 일이냐? 너희들이 원통하게 여기는 것은 너희의 하소연을 헤아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관장(官長, 고부군수 조병갑)의 수탈로 말미암았고 두 번째는 안핵사의 실정(失政)에 격분하여 울부짖고 원통함을 하소연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한번 모이고 두 번 모이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하소연 하여도 살펴주는 사람이 없고, 흩어지려 해도 삶을 도모할 곳이 없었다. 이런 때 효파경(梟破獍) 처럼 화심(禍心)을 기른 흉괴(凶魁)가 기회를 틈타 터무니없는 말로 선동하고 불안하고 의심스런 형세로 꾀어, 아직 안정되지 않은 민심을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까지 몰아넣고 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차라리 말을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그렇지만 너희들의 흉괴(凶魁)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너희들 천백은 그래도 아직 살 길이 있다. 저 흉괴들은 제거할 것이지만, 위협을 받아 따른 자들은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 본 관찰사가 직접 받은 성상의 교지(敎旨)이다. 그러하니 너희들은 진실로 거짓 없는 마음으로 귀화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즉시 무기를 반납하며 성문을 활짝 열고 흉괴를 결박해 잡아다 휘하에서 명을 청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여러 번 글을 쓰고, 다시 말을 둘러대면서 사특함을 감추고 성문을 닫아걸고, 나로 하여금 가엾은 상황을 궁구하게 하면서 갈수록 더욱 함부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본 관찰사가 이렇게 한결같이 효유하는 것은 끝내 차마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 우리 백성들은 분명히 나의 말을 듣고 나중에 간절히 후회함이 없기를 특별히 효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