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주께서 종묘에 전알하여 서약하여 고하는 글 [大君主展謁宗廟 誓告文]
유(維) 개국 503년1894년 12월 12일 감히 황조(皇祖)와 열성(列聖)의 신령 앞에 고합니다. 생각건대 짐(朕)은 어린 나이 때부터 우리 조종(祖宗)을 이어 지켜 제도를 그대로 따라 어려움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도 그 남긴 위업을 그르치지 않았습니다. 짐이 어찌 감히 하늘의 마음을 잘 받든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까? 실로 우리 조종께서 돌보아주고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황조가 우리 왕조를 세우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준 지도 503년이 되었습니다. 짐의 대에 와서 시운(時運)이 크게 변하고 인문이 개화하여 크게 번창하였으며 이웃 나라들이 진심으로 도와주고 조정의 의견이 서로 도와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오직 자주독립(自主獨立)만이 우리나라를 튼튼히 할 수 있습니다.
짐이 어찌 감히 하늘의 시운을 받들어 우리 조종께서 남긴 왕업을 보전하지 않겠습니까? 어찌 감히 분발하고 가다듬고 힘써서 선대의 업적을 더욱 빛내지 않겠습니까?이제부터 다른 나라에 의지하지 않고 국운을 융성하게 회복하여 백성의 복지를 만들어 나아감으로써 자주 독립의 기틀을 튼튼히 할 것입니다. 생각건대 그 방도는 혹시라도 낡은 습관에 얽매지 말고 안일하고 편안하게 즐기기를 탐닉하지 말며 우리 조종의 큰 계책을 공손히 따르고 세상의 형세를 잘 살펴 내정(內政)을 개혁하고 오래 쌓인 폐단을 바로 잡을 것입니다.
짐은 이에 14개 조목의 홍범(洪範)으로써 하늘에 있는 우리 조종의 신령 앞에 고하며, 이에 조종이 남긴 업적을 우러러 능히 공적을 이룩하고, 감히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밝은 신령께서 굽어 살피시기 바랍니다.
一. 청(淸) 나라에 의존하는 생각을 끊어버리고 자주 독립의 기초를 튼튼히 세운다.
一. 왕실의 규범을 제정하여 왕위 계승 및 종친(宗親)과 외척(外戚)의 분수와 의리를 밝힌다.
一. 대군주는 정전(正殿)에 나아가 정무(政務)를 보되 직접 대신(大臣)들과 의논하여 재결(裁決)하며, 왕비나 후궁, 종친이나 외척은 정사에 관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一. 왕실에 관한 사무와 국가의 정사에 관한 사무는 반드시 분리하고, 서로 뒤섞이게 하지 않는다.
一. 의정부(議政府)와 각 아문(衙門)의 직무와 권한을 명백히 제정한다.
一. 백성들이 내는 세금은 모두 법령(法令)으로 정한 비율에 의하고 함부로 명목을 더하여 과도하게 징수할 수 없다.
一. 조세를 부과하는 것과 경비를 지출하는 것은 모두 탁지아문(度支衙門)에서 관할한다.
一. 왕실의 비용을 솔선하여 줄이고 절약함으로써 각 아문과 지방 관청의 모범이 되도록 한다.
一. 왕실 비용과 각 관청 비용은 1년 예산을 미리 정하여 재정 기초를 튼튼히 세운다.
一. 지방 관제를 빨리 개정하여 지방 관리의 직권을 제한한다.
一. 나라 안의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젊은이들을 널리 파견하여 외국의 학문과 기술을 전습 받는다.
一. 장관(將官)을 교육하고 징병법(徵兵法)을 적용하여 군사 제도의 기초를 튼튼하게 정한다.
一. 민법(民法)과 형법(刑法)을 엄격하고 명백히 제정하여 함부로 감금하거나 징벌하지 못하게 하여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一. 인재 등용은 문벌에 구애되지 말고. 선비들을 구하는 것은 조정과 민간에서 널리 미쳐서 인재 등용의 길을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