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6일 냄 [六月初六日出]
비류가 근래 담양에서 떠나 순창으로 들어갔으며, 청나라 대인 1원이 총제영 대관 이웅천(李熊川)과 함께 모두 담양으로 가서 저들 무리를 만나 효유하니, 곧바로 귀화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던 병장기들을 바치겠다고 약속하고 병기를 실어 온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상국청나라 통령 섭사성(聶士成)이 기병 60명을 이끌고 일전에 이곳에 와서 적의 정세를 탐문하고, 전주부 내의 화재를 입은 집에는 매호당 은전 2부(卜)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어제 올라가는 길로 방향을 바꿔 돌아갔습니다. 서울의 소식(京毛)은 모두 뜬 소문으로 사실이라는 별다른 기별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6월 모일에 순창에 모인 유생(會生) 전봉준(全琫準), 송대화(宋大和), 송창헌(宋昌憲), 정창진(鄭昌振), 김대춘(金大春) 등이 등장(等狀)을 올립니다. 삼가 백성을 위하여 폐해를 제거하겠다고 이처럼 거사를 일으켰으며, 이러한 때에 즈음하여 생업이 없고 무뢰한 무리들의 싹이 그 사이에 계속하여 앞 사람의 뒤를 이어서 부민을 침학하는 자가 자주 있었습니다. 무장, 흥덕, 고창, 고부, 정읍, 장성 등은 혹 무리를 지어 혹은 20명에서 30명 많으면 50명에서 60명에 이르렀으며, 갑자기 이쪽에서 나타났다가 저쪽에서 나타나 그들을 막을 수 없으니, 이들을 장차 어찌해야 할 것입니까?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계책이 오히려 백성을 해치고 있으며, 황공하게도 하늘아래 용서받기 힘든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곳에 관차(官差)를 신칙하여 보내어 잡아서 엄하게 금지하고, 나주와 금구의 수령을 파직하여 내쫓아 처단한 후 모두 흩어져 자기의 일에 돌아가게 하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삼가 원컨대 빨리 임금께 보고하여 회답을 받아서 수많은 백성들의 원한을 씻어 주십시오. 간절히 바랍니다.
처결하신 내용에, “해로운 풀을 제거하여 곡식을 잘 키우는 뜻은 이미 어제 효유문에서 살폈다. 관청에서 그들을 체포하더라도 끝내 너희들이 쉽게 변별하는 것만 못하겠지만, 너희들이 밝혀야 하는 것 또한 이러한 거사에 있다. 각지의 집강들을 빨리 정하여 엄히 금지하고 잡아 바쳐서, 그러한 행동을 인정하여 너희들의 수치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나주와 금구 2개 읍에서의 일과 같은 것은 의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때에 발생한 것이다. 지금 어찌 일부러 일을 일으킬 단서를 찾을 리가 있겠는가? 반드시 다시 염려할 필요는 없으니, 즉각 고향으로 돌아가 평안히 생업에 종사하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