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유문 [曉諭文]
너희들이 전주에서 해산하여 간 것은 무기를 버리고 농사를 지으러 각각 옛 날에 하던 일로 돌아가려 하였음을 말한다. 지금 들어보니 몇 곳에는 남은 무리들이 오히려 다시 병기를 놓지 않고 있는 곳에서 주둔하여 모여 있다고 한다. 이것은 어떠한 연고인가? 윤음이 여러 번 내려갔으며, 나라의 뜻이 간절하고 정성을 다하니 진실로 미련하고 못 생긴 자들과 나무나 돌처럼 감정이 없는 자에게도 감화를 미쳤다.
고을의 경계에 도착하는 날에 관문을 번역하고 각 읍으로 하여금 마을에 게시하도록 하여, 너희들을 효유하였는데, 아직도 혹시 그것을 보지 못하였는가? 보고서도 오히려 이와 같이 반복된다면, 진실로 미련하고 못 생긴 자나 나무나 돌처럼 감정이 없는 자들 보다 못하며, 아직도 미치지 못하였다면 이는 도신이 능히 널리 알리지 못한 것이다. 우리 성상께서는 지극한 마음으로 보호하려고 하시는데, 만약에라도 너희들이 끝내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되게 하겠느냐. 생각이 이에 미치니, 만일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이에 군관 이용인(李容仁)을 보내니 다시 진실한 마음과 실제 상황을 드러내도록 하라.
너희들은 이 말을 잘 듣고 서로 의심하지 말 것이며, 서로 겁을 먹지 말고 각각 향리로 돌아가서 너희 밭을 잘 갈고, 너희 집을 잘 짓도록 하여 다시 평민이 된다면, 모두 생명을 보전하고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며, 형벌에 빠지고 국법을 거스르게 되는 근심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니 어찌 큰 다행이 아니겠는가? 너희들은 또한 열성조 오백 년 동안 이치에 따라 잘 다스려지고 교화되었다. 이미 떳떳한 품성을 갖추었으니, 어찌 끝내 미혹하고 어둡고 완악하여 다스려지지 않을 이치가 있겠는가? 이에 뒤에 기록한 몇 가지 조목을 너희들과 약속하니, 어찌 너희들을 속이겠는가. 만일 너희들을 속인다면 단지 백성들이 사지에 두는 것만 아니라, 진실로 외롭게 되고 우리 임금께서 맡기신 중요한 일을 저버리는 것이니 너희들은 조금이라도 잘 알도록 하고, 오히려 혹시라도 의심함이 없을 것이다.
一. 백성에 해가 되는 폐정은 이미 바로잡은 바가 있다. 임금의 명을 받은 것은 일체 고치도록 하고 다만 너희들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으니, 작은 것은 감영에서 혁파하고, 큰 것은 임금에게 아뢰어서 혁파하기를 청할 것이다.
一. 조정은 이미 너희들의 귀화를 허락하였다. 순영문에서도 또한 그러하니, 너희들이 다시 돌아온 날에는 평민이 될 뿐이다. 만일 이웃에서 옛날의 원한으로 지목하거나 만일 관리가 이전 일로 침학한다면 단지 너희들 종적이 위태하여 안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조정이 너희들을 허락했던 뜻이 어디에 있겠는가? 순영문에서는 마땅히 타일러서 엄하게 금하도록 하고, 너희들이 안도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너희들이 사는 면리에는 각각 집강(執綱)을 두어서, 만일 너희들이 억울하여 말할 만한 것이 있으면, 해당 집강이 사유를 갖추어 순영문에 호소하게 하고 공정한 결정을 기다릴 것이다.
一. 너희들이 지녔던 병기는 형세가 곤궁하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계책인 것이다. 마땅히 아주 상세하게 기록하고, 각각 소재한 군현에 바치도록 할 것이다.
一. 병기를 환납하는 것 외에 무릇 재물과 곡식 등과 관련 된 건수는 비록 민소(民訴)로 추심하려 하더라도, 오늘 “원년(元年)에 사령이 내리기 전인 것으로 이름을 붙여서 영원히 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순영문에서 각 읍에 관문을 보낼 것이다.
一. 너희들은 이미 농사철을 놓쳤으며 또한 재산을 모두 다 써버려서 지금 비록 집에 돌아가더라도 살아갈 길이 없을 것이다. 금년에 호역과 각종 공납을 마땅히 일일이 없애줄 것이다.
一. 너희들로 하여금 귀화하게 한 날에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하게 하고 즐겁게 사는 것은 책임이 사또에게 있다. 여러 급한 일은 차례로 시행하여 조처할 것이니, 지금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